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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다나카 잇단 의견 충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동안 밀월을 유지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사진)외상의 관계가 외교노선과 인사문제를 놓고 삐그덕거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에 맞서 싸운 동지다. 고이즈미는 다나카를 외상에 임명하고 다나카가 어려울 때마다 옹호해왔다.

그러나 다나카는 31일 정교(政敎)분리를 명시한 헌법 20조를 이유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공식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이즈미는 지난달 30일 야나이 순지(柳井俊二)주미 일본대사,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사무차관 등 네명을 경질하라고 다나카에게 지시했다. 이들은 올해 초 발생한 외무성 기밀비 유용사건의 책임자들이다. 하지만 다나카는 대미외교의 중요성을 들어 야나이를 유임시켰다. 총리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개성이 매우 강해 언제든 부닥칠 소지는 많지만 더 큰 문제는 외교노선에 있다. 고이즈미는 친미외교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나카는 70년대 중.일 외교수립을 이끌어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 총리의 딸로, 널리 알려진 친중론자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관계인 것이다. 다나카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공식 반대한 것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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