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상장.등록기업의 분기보고서 공시제도에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이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감사 자료나 검토의견을 첨부하지 않은 채 보고서를 내 그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외부로부터 검증받지 않은 회사측 자료를 근거로 투자의견을 내놓는 일이 속출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S사의 2분기 실적 전망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매출이 1분기보다 2백78.8%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내 '실제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는 해명서를 냈다.
당시 담당 애널리스트는 회사측이 작성한 1분기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실적 전망치을 내놨던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또 다른 애널리스트가 W사의 잘못 계산된 영업실적 자료를 그대로 믿고 "상반기 영업이익이 41억9천만원을 기록했다" 는 보고서를 냈다가 낭패를 봤다.
나중에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은 상품 매출원가가 누락됐고, 이 회사의 영업실적은 두배 가량 급증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엇비슷한 수준에 그쳤음을 들춰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가 기업측이 제시한 재무상황을 일일이 검토해 허위나 오류사항을 잡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며 "따라서 제도적으로 기업보고서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체 상장.등록법인이 분기보고서를 감독당국에 낼 때도 외부감사인의 검토 및 감사의견을 첨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반기와 연간 사업보고서에만 내도록 돼있다.
특히 최근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바뀌어 금융기관과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법인의 분기보고서에 외부감사의 검토의견 첨부가 의무화됐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우 1백23개사가 분기보고서 외부감사를 받게 됐지만 이는 전체 6백92개사의 5분의1에도 못미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경우는 더욱 심해 전체 6백36개 등록기업 중 단 23개사만이 위의 경우에 해당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분기 보고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거래소 상장기업 11개사와 코스닥 등록기업 17개사가 이를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