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 기밀누설파문] 대북 극비정보 넘어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정원은 대북전략기획국 핵심 실무자 安씨의 외국 정보기관 요원 접촉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포착했을까.

또 安씨와 외국 정보기관 Y요원은 어떻게 알게 됐으며 어떤 얘기와 자료가 오갔을까.

◇ 어떻게 포착했나=포착 경로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

먼저 지난 3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남북평화선언 합의' 보도가 계기였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워싱턴의 미국 소식통을 인용, "남북한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맞춰 평화선언을 발표하기로 합의하고 수차례 선언의 초안을 교환했다" 고 보도했다.

국정원을 잘아는 고위 소식통은 "이 때문에 국정원에 비상이 걸렸다" 고 말했다. 북한 金위원장의 답방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는 데도 대북전략과 관련한 극비사항이 외국에서 벌써 정보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국정원 감찰실이 대북전략국은 물론 외국 정보기관과 자주 접촉하는 부서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

당연히 대북문제의 핵심 실무자인 安씨가 집중 감시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安씨가 외국 정보기관 요원인 Y씨와 외국의 연수 프로그램에서 만난 뒤 종종 접촉하는 등 친밀하게 지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시점이 지난 5월 말 내지 6월 초였다고 한다.

감찰실은 安과장과 Y씨가 한 음식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 따르면 이런 감찰 과정에서는 安씨에 대한 감청 등은 필수적인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감찰실에서 安씨를 조사한 것은 7월 초였다.

다른 설도 있다. Y씨는 정부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분류됐으며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安씨와 만나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두가지 설은 나름대로 근거와 배경이 있다. 어쩌면 양측의 얘기가 모두 맞을지도 모른다.

◇ 무슨 기밀이 넘어갔나=국정원이 安씨를 파면 조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정원측은 공식적으로는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협력 과정에서 교환할 수 있는 수준의 발설 내용이지만 품위를 손상했기 때문에 징계했다" 고 말한다. 그러나 安씨의 역할을 아는 사람들은 이 설명에 고개를 젓는다.

安씨는 그야말로 대북전략을 수립하는 엘리트 실무간부였다. 품위손상 정도의 사안으로 파면이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확히 어떤 것이 외국으로 넘어갔는지에 대해선 국정원측도 입을 다물고 있다. 남북의 비밀교섭 내용이나 남북 평화선언 등과 관련한 내용 등이 유출됐을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될 소지가 있다.

◇ 安과장과 Y씨=安씨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통일원에 잠깐 근무했으나 곧 국정원으로 옮겨 대북전략기획국에서 일해 왔다. 그가 맡은 종합과장이란 직책은 대북전략기획 문건과 상황보고 등을 볼 수 있는 자리다.

그는 김영삼(金泳三)정권 때부터 대북문제의 최고 엘리트로 활약했으며 현정권 들어서도 그의 역량을 크게 평가해 대북전략국에서 일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아는 국정원 관계자 등은 일제히 "安과장은 차분하고 원칙을 중시하며 신중한 성격" 이라며 "어떻게 해서 그런 일에 말려들었는지 모르겠다" 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과 그 준비접촉, 이산가족 샹봉행사 등을 실무적으로 준비했으며 현장에서 배후업무를 맡아 왔다.

그와 접촉한 Y씨는 한국주재 대사관의 1등서기관으로 1998년 부임했다. 安과장과는 정보기관 연수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