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 '아버지 바로세우기' 팔걷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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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신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부로 추앙받아온 부친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한풀이에 나섰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5백㎞ 떨어진 동부 자바주의 블리타르에 묻힌 부친의 묘를 자카르타 인근의 보고르로 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부친과 관련한 잘못된 역사 기술을 수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그는 취임 사흘째인 지난 26일 부친의 묘를 찾아 약 10분간 참배했다. 지난달 20일 수카르노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참배한 지 한달 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장 계획을 발표했다. 1967년 네덜란드로부터 조국을 독립시킨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는 수하르토가 이끈 군부에 의해 축출당했다. 불명예스럽게 퇴진당한 수카르노는 3년 후 숨을 거뒀다.

그는 자카르타 남부의 소도시 보고르에 있던 자신의 사저 바투 툴리스 궁에 묻히길 바랐다. 그러나 수하르토는 이를 허용하지 않은 대신 외딴 도시 블리타르에 그의 묘를 쓰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카르노의 묘가 있는 블리타르시 주민들이 이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블리타르 주민들은 짭짤한 관광 수입을 올렸는데 묘를 이장하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카르노푸트리가 '수카르노의 딸' 이라는 뜻을 지닌 데서 보듯 대통령이 된 메가와티는 뜻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가와티는 역사 교과서 수정을 통한 부친의 명예회복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하르토 집권 32년 동안에 사용된 역사 교과서에는 수카르노가 65년에 발생한 공산주의자의 쿠데타에 책임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실패한 쿠데타와 아버지는 무관하다는 점을 교과서에 기록하겠다는 것이 메가와티의 생각이다.

자카르타=장세정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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