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해보험] 의무가입땐 반발 거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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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구상 중인 주택재해보험은 해마다 자연재해가 되풀이되면서 쌓이는 국민의 불만과 정부의 재정 압박을 동시에 줄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현행 무상복구 지원금제는 ▶실제 피해액에 비해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라 주민 원성이 크며▶매년 지원금이 늘어나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되고▶개인 주택에 대한 무상지원으로 '도덕적 해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유 시설물인 주택 피해에 대해 무상복구비를 지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현실도 감안됐다.

따라서 보험료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 운용 방안=예를 들어 A시에서 읍.면.동별 건축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명세표를 보험사에 제시하면 보험사는 A시의 위험도에 따라 산출된 요율표에 의해 총보험료를 산출해 A시에 제출한다. A시는 이 보험료를 기준으로 주민과 정부의 부담률을 정하게 된다. 정부는 과거 무상복구비 지원금과 맞먹는 액수를 보험료로 대신한다. 내년 예산에는 1백50억원 정도가 반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피해발생시 타게 되는 보험금은 현행 정부의 무상복구비 수준에 주민 부담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해 결정된다.

예컨대 주택 전파.유실의 경우 주민 부담률을 25%로 정했을 때 현행 정부 무상지원액(8백10만원)에 주민부담 보험료(8백10만원×0. 25/0.75〓2백70만원)를 더한 1천80만원이 된다. 즉 1억원짜리 집이 유실됐다 하더라도 1억원 모두를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문제점.전망=이번 제도의 도입에 있어 최대 쟁점은 가입의 의무화 여부다. 가입을 의무화하면 보험료 부담 능력이 없는 주민이나 비상습 침수지역, 특히 도시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임의 가입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만 상습 침수지역 등 위험 지역 주민만이 보험에 가입하려 할 것이고, 보험회사는 이들의 가입을 꺼려 보험의 원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국립방재연구소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초기 단계에는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보험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임의보험으로 갈 것을 권고했다.

또는 장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처럼 자연재해 위험을 다른 가계성 보험이나 특약에서 취급해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사과와 배에 한정해 자연재해 보험을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주택과 함께 비닐하우스 등 농림시설, 축산시설, 소.돼지 등 가축, 어패류 양식시설 등에 대한 자연재해보험 도입도 추진 중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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