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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세금 550억 든 금강산 면회소 검정 글씨로 ‘동결’ 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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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교육과 과학연구 사업에 공헌한 교원·연구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사진과 함께 관련 소식을 전했으나 구체적인 방문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관리를 맡아 온 현대아산 소속 중국 조선족 직원 4명에 대해 추방을 통보했다. 또 우리 정부 소유인 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의 온천장·문화회관·면세점 등 5개 시설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했다.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따르면 북한 측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면회소를 방문해 이들 4명의 관리 인원에게 24시간 내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14일 오전 8시쯤 동해선 출입사무소를 통해 남측으로 나올 예정이다. 북한은 그러나 한국 국적의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동산 동결 조치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북측은 면회소 출입문 열쇠 구멍과 문틈 등에 검은 글씨로 ‘동결’이라고 쓴 A4용지를 비닐로 코팅해 부착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군인 등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북측에서는 관광사업을 담당하는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과 군부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측에서 진행 상황 파악 차원에서 나갔으나 소유주인 정부와 관광공사는 북측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했다.

12층 규모의 면회소는 1만9800㎡의 연면적에 이산가족 만남을 위한 20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55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었다. 또 지상 2층에 연면적 890㎡인 소방서는 17억원의 건설비가 들었다. 1억2000만원짜리 고가사다리차 한 대는 현대아산 측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에서 “북한이 부당한 조치들을 확대 실시해 나갈 경우에는 남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해성 대변인은 “북한의 동결 조치는 유감스러운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북 옥수수 지원 절차 사실상 중단=북한의 금강산 지역 부동산 조사 등으로 남북 관계가 긴장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옥수수 1만t (수송비 포함 40억원) 지원 계획이 벽에 부닥쳤다. 정부 관계자는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중국산 옥수수 구매 절차에 들어갔으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중국 정부의 곡물 반출 제한 등에 따라 조기 지원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을 지난 1월 수용했으며 통일부는 3월 중 첫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강산 문제에다 천안함 침몰 사태까지 겹치자 정부가 옥수수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천 대변인은 “정부의 지원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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