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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이 비판한 '법치후퇴' 무엇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한변호사협회가 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비판하면서 밝힌 '실질적인 법치주의의 현저한 후퇴' 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변협은 결의문에서 '개혁조치가 목표와 명분을 내세워 합법성과 정당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이론과 법체계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졸속 입법은 국가에 엄청난 혼란과 비용부담을 초래한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황계룡 변호사대회 집행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의료개혁이나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을 비롯, 1천여개의 법안이 새로 만들어졌다" 면서 "변호사들조차 내용을 일일이 알지 못한다" 고 말했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두 법안의 경우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개진이 없었을 뿐 아니라 법해석과 법적용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고 말했다.

먼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채권단 중심의 자율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치(官治)의 소지만 높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초 법안은 금융기관 신용대출액 합계가 5백억원 이상인 기업에 부실 우려가 있을 때 채권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등의 수정요구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 채권행사 유예를 요청하면 채권단이 유예여부를 결정하도록 법안 내용이 고쳐지는 바람에 정부의 개입소지가 커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 정부는 약사법.의료법 개정과 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 입법과정에서 약물 오.남용 방지라는 목적만을 고집,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약사법의 경우 지난해 시행 이후에도 두 차례 개정되면서 의약분업의 틀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대상에서 주사제와 대체조제 범위가 들쭉날쭉한 것은 졸속입법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개혁조치가 합법성과 정당성을 무시하고 있다' 는 지적은 몰아붙이기식 언론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시민단체에 의한 불법적 낙천.낙선운동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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