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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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우승상금 2억원)이 이름에 걸맞게 완전 오픈됐다. 6회 대회인 올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프로기사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비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바뀐 것이다.

이같은 '완전 오픈' 과 '자비출전' 은 바둑 사상 전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일이다. 주최측은 선수들이 어느 비행기를 타든 어디서 묵든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되고 선수들은 원하는 국제대회에 마음대로 나갈 수 있어 좋다.

국제바둑대회는 스포츠와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초청' 으로 이루어져 왔다. 삼성화재배는 그러나 일찍이 오픈전을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예선전을 완전 오픈해 참가 여부를 시장의 법칙에 맡기기로 했다. 바둑계에도 진정한 프로시대를 여는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주최측은 물론 외국 바둑계에서도 몇명이나 참가할지, 또 누가 참가할지 손에 땀을 쥐고 결과를 주시했는데 신청마감일인 지난달 20일까지 ^일본 43명^중국 23명^대만 10명^미국 1명이 신청을 마쳤다.

이리하여 한국측 출전기사 1백63명과 별도의 통로로 출전권을 얻은 아마추어 4명 등 총 2백44명의 기사가 참가하는 대규모 예선전이 26일부터 30일까지 한국기원에서 벌어지게 됐다.

중국과 일본의 참가신청을 보면 내용이 크게 다르다. 중국의 경우 예선통과에 자신있는 알토란 같은 실력자들이 몰려 들었다. 랭킹1위 저우허양(周鶴洋)8단을 위시해 뤄시허(羅洗河)8단, 샤오웨이강(邵瑋剛)9단, 왕레이(王磊)8단 등 최상위 랭커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과감이 예선전에 나섰다.

또 한국의 '3강' 을 모조리 꺾어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른 쿵제(孔杰)5단, 올해의 신인왕 구리(古力)5단 등 '10소호(小虎)' 들이 모두 참가했다. 본선 직행이 확정적인 창하오(常昊)9단과 마샤오춘(馬曉春)9단을 제외한 나머지 강자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삼성화재배는 국제대회 중 유일한 '자비출전' 대회라 첫판에 탈락하면 비행기 값도 건지기 어렵다 (예선 1, 2회전 대국료는 6단 기준으로 30만원, 3회전 40만원, 4회전 50만원). 따라서 자신없는 기사는 아예 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43명의 대부대가 참가한 일본은 형형색색이다. 야마시로 히로시(山城宏)9단 같은 유명기사도 있고 다카오 신지(高尾紳路)7단, 하네 나오키(羽根直樹)8단, 고노 린(河野臨)6단, 판산치(藩善琪)5단 등 다승랭킹 10위 안에 드는 신예강자들도 있다.

조치훈9단의 수제자라 할 김수준6단도 모처럼 고국 나들이에 나서고 이외에 경험을 쌓기 위해 참가하는 10대 기사들과 여류기사들도 다수 있다.

대만은 후지쓰배 4강을 자랑하는 간판 저우쥔쉰(周俊勳)9단 등 10명이 대거 참가해 최근 세계바둑의 대만 바람을 실감케 한다. 미국에선 중국계 양후이런 초단이, 아마추어는 세계아마선수권자 리다이춘(李垈春)7단과 예선통과자 등 네명이 출전권을 얻었다.

예선전은 토너먼트로 4회전을 치르며 최종 승자는 세계32강이 겨루는 8월의 삼성화재배 본선에 나선다. 예선전엔 16장의 본선티켓이 걸려 있고 나머지 16명은 시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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