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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요요없이 배위 줄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위장이라고 부르는 배위, 즉 체중을 결정하는 해부학적인 배위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머릿속에서 식탐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뇌위, 즉 뇌속의 음식조절중추를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배위를 자신이 원하는 체중수준까지 줄임과 동시에 뇌위의 통제력을 강화시켜 식탐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포만감을 즐기게끔 입맛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의 성공이다.

55kg의 배위가 체중 55kg을 결정하고 80kg의 배위가 80kg의 체중을 가지게끔 한다. 문제는 다이어트 시도자 중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의 초기 단계인 배위 줄이기에서부터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초에 몸무게를 줄이지 못했기 때문에 다이어트 훈련자들이 가장 지긋지긋해하는 요요라는 단어조차 경험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다.

배위를 줄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위 줄이기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위 줄이기에서 동반되는 뇌위의 간섭과 유혹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키 170cm에 몸무게 80kg으로 지방간과 당뇨전단계인 김 소심씨의 경우 다이어트 시도 때마다 나타나는 배고픔 증상에 대한 잘못된 대처로 번번히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있었다.

김씨는 작년에도 세 번이나 다이어트를 시도하였는데 모두 실패하였다. 세 번 모두 다이어트 시도 후 일주일만에 고배를 들었는데 그 원인으로 어지러움증이 있었다. 다이어트 시도 후 통상적으로 5일에서 일주일 후 어지러움증이 발생하였고 이는 즉각적인 다이어트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유인 즉은 김소심씨가 가진 어지러움 증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몇년 전 아버지가 어지러움을 호소하셨을 때 초기에 단순한 이명으로 생각하시고 병원 내원을 미루었다. 그러다가 증상이 점차 심해져 병원에 갔다가 뇌졸중으로 진단받고 그 후유증으로 적지 않게 고생을 하였다. 그는 어지러움증 초기에 아버지가 전화를 했을 때 강하게 병원 방문을 권유하지 않은 데 대해 깊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친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어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편이기는 했다. 이 사건을 겪고 다이어트 시작 후 며칠이 지난 후 발생하는 어지러움증에 대해 그는 극도의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80kg의 비만으로 언제 닥쳐올지 모를 대사성 증후군 및 그 합병증에 대한 불안감을 지닌채 평생을 살아야 할까?

모든 정직한 다이어트 이론은 정공법을 지향한다. 정공법 다이어트는 훈련자에게 적지 않은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만약 본인의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지 않는 다이어트가 있다면 그것은 눈속임이거나 곧 요요를 일으키는 결과 중심의 다이어트이다. 원인을 고치지 않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대부분의 다이어트가 빠른 결과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체중계 저울을 움직이는데만 집중한다면 정공법 다이어트는 묵묵하게 원칙을 지켜 살찌지 않는 몸으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여 요요가 없는 다이어트를 완성한다. 정공법 다이어트의 핵심기초이론은 자기 위를 채우지 않는 절식법이다. 먼저 목표로 삼은 체중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자신의 뇌위의 조절상태를 고려하여 줄여야 할 음식량의 %를 정한다. 급속한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은 이전 식사에 비해 30-50%, 꾸준하고 장기적인 감량을 원하는 사람은 10-20% 정도를 줄이면 된다. 이 경우 항상 저항이 발생하는데 우리 몸에는 이전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란 대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초기의 항상성이란 커져 있는 배위가 자신의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많이 먹는 항상성이다. 따라서 자신이 먹던 음식량에서 일부라도 줄이게 되면 즉각적으로 배위는 배고픔이란 신호를 보내 이전의 먹던 양을 유지하라는 압력을 행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배고픔에 대해 감정적 고통을 결부시키게 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배가 고프면 우울함, 허무감, 초조감 등을 느끼게 되며 이전 배불리 먹었을 때의 기분좋은 느낌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위를 불리는 식사에 익숙해진 뇌위와 배위는 서로 연합하여 내 몸을 유혹하며, 배불리 먹으면 기분좋은 호르몬인 도파민을 내보내도록 조건화된 결과이다. 즉 많이 먹는 것이 내 몸에 절대적으로는 좋은 것이 아닌데도 손쉬운 중독적 기제인 배불리 먹기를 통해 자신의 기분좋음을 쉽게 재생산해 낼 수 있도록 반복 학습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공적인 다이어트 경험자들은 현재의 배고픔이 가지는 가벼운 느낌에 대해 주목하며 몇 달간의 배고픔 훈련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배고픔 즐기기 훈련 후 3-5일이 지나게 되면 등장하는 증세가 바로 어지러움증이다. 이때 나타나는 어지러움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저혈당이나 빈혈로 야기되는 증상이 아니다. 담배를 끊을 때 두통과 손발떨림등의 금단증상이 발생하듯이 음식 중독에 젖어있는 뇌위가 음식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때 발생하는 금단증상이며 배위가 자신의 영역을 줄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뇌위에 로비와 압력을 퍼붓다보니 생기는 머리의 과부하증세이다.

따라서 어지러움증이란 배위가 줄어들기 전의 전조증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어떻게 보면 음식중독 탈출의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어지러움증을 즐기며 배고픈 느낌이 주는 긍정적인 자극을 몸에 각인시켜나가는 배고픈 느낌 익숙하게 하기이다. 이것이 바로 몸으로 하는 다이어트인 것이다.

김씨에게 배위 줄이기의 이런 과정을 설명하였다.
“선생님, 그러다 쓰러지면 어떡하죠?” 란 질문이 돌아왔다.
“그러면 한번 쓰러져 보세요. 음식을 줄여서 쓰러지면 금방 일어납니다. 만약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를 생각해 보셨나요? 지금의 상태를 방치하면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는 장담 못합니다.”

그의 항변은 쑥 들어갔다. 그는 이후 몸으로 하는 다이어트의 원리를 이해하여 배고픔과 어지러움의 양 협곡을 지나 성공적으로 배위를 줄이고 배고픔을 즐기는 새로운 경지에 익숙해졌다.

그러자 그토록 그를 괴롭히던 다이어트와 건강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할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를 걱정하게 하던 배고픔으로부터도 벗어났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배위가 줄어들었으며 뇌위의 식탐 유혹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배위를 줄이는 팁

1. 먹는 양을 자신의 뇌위 능력에 맞게 줄여라. 단 줄이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의 원리를 물으면 안 먹으면 되지 않아요? 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안먹는 다이어트는 백발백중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말고 음식을 줄이는 것이라는 개념 정립을 명확하게 하라. 먹는 양을 줄일 때는 자신의 뇌위능력에 맞게끔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이 습관적 과식을 한다면 과감하게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며 갑작스런 식사량 감량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야기할수 있는 폭식주의자라면 서서히 음식량을 줄여 입맛을 점진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2. 배위를 대리 만족시키는 무칼로리 내지 저칼로리 무기들을 적절히 사용하라. 가장 대표적인 배위 제압 무기는 물이며 다음으로는 오이나 당근 등이 동원될 수 있다.

3. 배위를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줄여라. 대부분의 잘못된 다이어트는 내 몸을 다이어트 모드로 인식케하여 기초대사량을 낮춘다.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법은 세 끼 반드시, 규칙적으로, 골고루이다.

4. 배고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라. 우리 나라 사람들의 경우 배고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등의 배불리 먹어야 한다는 위를 만족시키는 식사에 대한 강한 동경은 먹을 것이 부족한 개발시대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전의 ‘잘먹고 잘살자’ 의 ‘잘먹고’ 는 푸짐하게였다. 지금은 잘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지금 당장 잘 먹고를 맛있게, 그리고 10% 남기고로 전환하라.

5. 배고픔 뒤에 따라오는 어지러움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라. 어지럽다면 오히려 기뻐하라. 어지러움증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지러우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수 있다는 일중독 사회의 패러다임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러움증의 극복 대안은 다시 위를 불리는 양(量)심 식사가 아니라 10% 더 휴식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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