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촉진법, 국회서 위헌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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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실기업을 보다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 정부와 여야가 공동으로 만들려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위헌(違憲)시비에 휘말렸다.

법안 중 주채권은행의 협의회 소집과 동시에 모든 채권자들이 채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 등이 헌법상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원행정처 등에서 이같은 의견을 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율사(律師) 출신 의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지난 13일 법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8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소위원회를 열어 법안통과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법이 빨리 만들어지지 않으면 기업구조조정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면서 "법조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담겨 있다" 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진도의 경우 1998년 7월 채권단 협의회가 구성돼 같은해 10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뒤 무려 1백4차례(운영위원회 포함)나 회의를 한 끝에 올해 5월 워크아웃이 중단된 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채권단협의회와 워크아웃이 시작된 고합은 16일 현재까지도 처리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가장 큰 논란거리인 채권 행사 유예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주채권은행이 협의회 소집 통보를 이유로 채권 행사를 유예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이고▶일반 채권자나 외국 금융기관의 채권 행사가 가능한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공동관리 등에 반대하는 채권자.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채권금융기관들이 이를 사줘 재산권 제약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맞섰다.

협의회 결정에 따라 지원되는 신규 자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주는 문제도 법조계는 기존 채권자와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모든 채권자들이 새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참여할 수 있으므로 차별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지부진한 부실기업 처리를 위해서는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법정관리.화의.청산 등 도산 3법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은 곤란한 상태다.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법을 만드는 것도 무리지만 법 논리를 따지다가 구조조정의 때를 놓칠 것을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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