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신약개발연구소, 들어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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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아스트라제네카 연구개발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현미경을 보고 있다.

굵직한 신약을 개발해 판매하기까지 평균 15년의 기간과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3만 건의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면 이 중 하나 정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다. 그만큼 성공만 하면 ‘황금알’을 안겨주기 때문에 신약개발이라는 모험에 끊임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국내 신약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만 뒤늦게나마 여러 연구팀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개발비와 오랜 개발기간 탓에 중도 포기하기 일쑤다. 국내의 소규모 연구팀은 신약개발 경험이 많은 외국 다국적 제약사에서 노하우와 연구비를 지원받으려는 배경이다. 그중에서 스웨덴에 연구개발(R&D)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가상신약개발연구소’라는 것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2006년 보건복지가족부와 투자협약을 맺고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약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가상 공간에서 스웨덴 본사의 연구진들과 교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특색이다. 가상신약개발연구소 프로그램에 따라 4년간 총 29개 팀이 선정됐다. 1년 계약으로 최대 4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스웨덴 연구센터의 연구진과 1대1 짝을 지어 조언을 받는다. 일종의 R&D ‘멘토(Mentor)’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스웨덴 몬달의 연구센터에 가 얼굴을 맞대는 기회도 있다. 귀국해서는 가상공간에서 정보 교류를 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다.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톰 키스로치 사장은 “사이버공간의 가상 연구공간에서 동·서양의학이 융합된 신개념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2년 연속 연구팀으로 선정된 성균관대 의과대 박정의(순환기내과) 교수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의 초기 신약개발팀을 이끄는 리밍간 박사와 연결됐다. 박 교수는 “중국 태생인 리 박사의 주된 관심이나와 비슷한 동맥경화 치료제여서 한약재를 이용한 동맥경화 치료를 함께 연구하고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호 주제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토론과 실험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동맥경화치료제 물질에 버금가는 치료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 하나를 더 들자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카롤린스카 의대를 매년 방문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상이 선정되는 과정을 비롯해 노벨상에 관한 뒷이야기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신약 R&D에 대한 열의와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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