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문법안 문제와 해법은] 1. <메인> 신문법, 글로벌 스탠더드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대다수 선진국은 신문에 대해 법적인 규제보다 자율에 맡기고 있다. 신문 특별법을 만들지 않고 규제는 최소화한다. 단 언론 스스로도 수준 높은 윤리강령을 만들어 지키고 보도 피해엔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경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본지가 국내외 자료와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OECD 30개국 중 신문만을 대상으로 한 법(신문법)을 갖고 있는 나라는 8개국이었다. 독일.프랑스.한국(신문 중심 정기간행물법) 등이다. 미국.영국 등 22개국에는 신문법이 없었다. 단국대 문재완(법학과)교수는 "법이 있을 경우 국가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아 단일법을 만들지 않은 선진국들이 훨씬 많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에 "언론과 언론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까지 못박았다. 언론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월적인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독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문제삼는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신문법을 갖고 있는 국가들도 역사적 경험과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법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나치주의를 경험했던 독일.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는 헌법(기본법)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부의 간섭을 막는 취지의 신문법을 만들었다. 규제가 아니라 언론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법이다. 프랑스는 '출판의 자유에 대한 법률'과 '신문의 법적 제도 개혁에 관한 법률' 등 2개의 신문법을 갖고 있다. 언론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으로 민주화가 지체된 포르투갈과 터키는 다르다. 터키의 신문법은 신문사 등록을 의무화했고 발행인 자격도 엄격히 규정해 놓았다. 신문사 경영 현황까지 신고하도록 했다. 포르투갈 역시 신문사 주주와 발행 사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했고, 편집규약과 편집위원회를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OECD 대부분 국가들은 외부 개입을 막기 위해 신문업계 스스로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 이곳에선 신문사 간에 '신사협정'을 맺어 윤리강령을 실천하고 과당경쟁을 막고 있다. 또 영국.독일 등에선 신문협회 차원에서 신문 공동기구인 언론평의회를 만들어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고 독자들의 불만을 처리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팀장), 이상복(문화부).고정애(정치부).김영훈(경제부).천인성(사회부)기자, 베를린.파리=유권하.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