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구강병 대책 정부예산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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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의 국민 구강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5세 어린이의 83%가 유치(幼齒)단계에서 충치를 경험했다.

또 사랑니를 제외하고 영구치열이 겨우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인 12세 어린이의 77%는 영구치 단계에서 충치를 경험했다. 이같은 유치나 영구치의 충치 발생빈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한 치과 치료비는 1990년에 1천9백억원 정도였으나 2000년에는 8천억원이었다. 국민이 보철(補綴)등을 하는 데 낸 돈까지 합칠 경우 그 액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으로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들은 정부 주도의 구강보건 사업으로 충치의 발생빈도를 3분의1 내지 5분의1로 감소시키고 있다. 구강병은 보건사업을 다양하게 펼치면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충치나 잇몸병으로는 죽지 않으니 별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입안에 염증이나 고름주머니가 있으면 심장 및 고혈압 관련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다소나마 더 높고,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등의 보고가 있었다. 구강병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정부의 구강보건 사업예산은 고작 16억원이다.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정부가 국민의 구강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장 참기 어려운 통증 가운데 하나인 치통을 줄이고, 구강관리 비용을 절약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예산책정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문혁수 서울대 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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