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발 뺄까 저점 매수 노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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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콜금리 인하와 연기금의 주식투자 등 정책성 호재가 힘을 쓰지 못하고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7.2% 떨어져 2000선에 걸쳐 있다.

3무(三無.주도주와 재료, 매수세력의 실종)장세를 맞아 "당분간 증시에서 발을 빼라" 는 분석과 "종합지수 550선까지 하락하면 저점 매수의 호기" 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무산되는 서머랠리=해외 정보기술(IT)업체들의 실적 악화 소식으로 8월 말까지 증시가 기력을 되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가치주는 주가가 부담스럽고, 기술주의 주가는 '바닥 밑의 지하실' 을 향해 곤두박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머는 있는데 랠리는 없다" 고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 이사는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썩 좋아질 것 같지 않고 IT 산업은 일러야 내년 2분기께 회복될 것" 이라며 "당분간은 투자를 중단한 채 쉬어야 한다" 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도 "미 증시 상황이 꼬여 있어 외국인들의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며 "경기회복이 피부로 느껴지기 전까지 주가는 완만하게 약세를 보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저점 매수의 호기인가=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550선에 다가서면 저점 매수에 나설만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4분기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증시가 경기회복보다 1분기 가량 앞서 반등했다는 경험 때문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김도현 수석연구원은 올 여름을 상승 추세의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金수석연구원은 "머지않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말에 이어 3중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라며 "현재 장세는 상승 모멘텀만 생기면 곧바로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실적 호전 중소형주를 저점매수할 만하다" 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는 "이번 여름 동안 주가가 조정을 더 받겠지만 55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 이라며 "종합주가지수가 550선에 다가가면 저점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저점 매수 전략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7, 8월만 보면 증시가 조정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가치주의 향배=상반기에 크게 오른 태평양.신세계.하이트맥주 등 이른바 가치주들이 하반기에도 돌풍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만약 하반기에 기술주가 상승한다면 가치주들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술주가 주도주로 떠오르기에는 실적과 시장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 실적 호전주들의 순환매 장세를 예견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희성.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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