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36) 학예사(오른쪽)와 직원 안현숙씨가 창녕 성씨 문중에서 기증한 세계(世系·휴대용 족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양주 조씨 조원환(74·서울 강북구 번동) 대종회장은 지난 2월 설립 중인 한국족보박물관에 족보를 기증했다. 이완용의 장모인 은진(恩津) 송씨가 한글로 쓴 고대소설 『별숙향전』의 필사본도 함께 맡겼다. 조 대종회장은 “귀중한 문중 자료를 온전히 보존하고, 많은 사람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증했다”고 말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한국족보박물관 건물.
그중 공씨(孔氏) 문중의 역사가 흥미롭다. 공자의 54대손인 공소(孔紹)는 고려 공민왕(1315년) 때 중국에서 고려로 넘어왔다. 공민왕은 공소를 창원 백(귀족)으로 봉했다. 이후 공씨의 본관은 창원(경남)이 됐다. 정조 16년(1792년) 창원 공씨 문중에서 4명이 과거에 급제해 조정에서 일하게 됐다. 공씨에 관심을 가진 정조대왕이 “시조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본관을 공자가 태어난 중국 취푸(曲阜)로 바꿔라”는 명을 내렸다. 창원 공씨는 정조의 명령이 떨어진 지 2∼3년 뒤에 본관을 ‘취푸 공씨’로 바꿨다. 공씨 문중은 ‘창원 공씨’로 기록된 1725년의 족보를 족보박물관에 기증했다.
안동 권씨(權氏) 문중은 1730년대 작성한 ‘세계(世系)’를 기증했다. 세계는 일반 족보와 달리 직계 조상의 이름만 추려서 기록한 휴대용 족보다. 조선 후기 일반 족보에는 이름은 물론 ▶묘의 소재지 ▶저술 ▶배우자 ▶과환(관료 이력)이 적혀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이 세계는 한글로 기록돼 있으며 병풍(60㎝)처럼 펼치도록 돼 있다. 세계를 기증한 권태환(58·대전시의회 전문위원)씨는 “한글족보는 집안의 여성을 배려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녕 성씨 문중에서는 작성연도가 명확(1950년)한 세계를 내놓았다.
족보박물관에는 족보 이외에 임금의 교지(敎旨·사령장) 200여 점, 1700년대 호패(號牌) 7점, 문집 200여 권 등이 있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 족보 연구자를 위한 열람실도 만들 계획이다. 족보박물관 박상근 관리계장은 “인물연구 중심으로 인문학의 메카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