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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사님은 2년 만에 4배 벌어” 지키지 못할 달콤한 약속의 향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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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코스피 지수 3000P 돌파 강력 매수하라’ ‘20배 황제주 공개’ ‘2차 유동성 장세 주도할 집중 매집 핵심 10종목 전격 대공개’ ‘종목별 투자 주간 수익률 100% 달성’….

경제 신문 아래쪽에 자리한 투자설명회 광고 문구다. 이대로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20배 황제주를 잡으면 5000만원만 있어도 10억원을 만들 수 있다. 세금 한 푼도 안 내니(주식 매매 차익은 양도소득세가 없다) 로또 당첨보다 낫다. 앞에선 “그게 되겠어”라며 비웃지만 돌아서면 광고 문구가 어른거린다. 그렇다고 왠지 직접 가 보기엔 꺼림칙하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중앙SUNDAY가 대신 다녀왔다. 지난달 주말마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개최한 4군데의 설명회에 참석했다. 참석일 기준으로 유사투자자문업체 및 강연자를 A·B·C·D로 구분했다. 고담준론을 펼치는 애널리스트보다 저잣거리 말로 감성에 호소하는 강연자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의 말 속엔 소수의 ‘대박’과 다수의 ‘쪽박’이 공존한다. 주식으로 돈 벌겠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달콤한 수익 약속에 무방비로 넘어가선 안 된다. 투자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무장을 위해 사설 투자설명회의 7대 특징을 정리했다.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심각한 노령화 현상이다. 참석자 절반 이상이 60~70대였다. 30대 이하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남자가 90%, 여자는 가끔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B플라자 설명회 때 B부회장은 “우리 회원님들이 연령대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다 보니 조금이라도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라면 마다할 일 없다. 지방에서 노인들을 모아놓고 쓸데없는 물건을 비싼 값에 파는 소위 ‘홍보행사장’이 늘 북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기는 했다. A에셋투자 설명회가 끝나고 회원 가입을 받는 자리였다. 강연 도중에는 눈에 안 띄던 20대 여성이 나타났다. A회장은 그녀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어디서 잘한다고) 듣고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롯데쇼핑이랑 KT ELW로….”
A회장이 말을 자르며 “아, 그거. 1월에 수익 많이 냈어요”라고 했다.
그녀는 이어 물었다. “ELW는 전혀 모르는데….”
“내가 매매해 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입해. (기자를 쳐다보며)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주식 많이 합니다.”
그녀는 고민도 않고 카드를 내밀었다. 6개월 500만원을 결제했다. 그러고선 바로 자리를 떴다. 계약서도 받지 않고.
 
2 나는 세상의 왕이다
(I’m the king of the world)!
설명회 강연자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에 넘쳤다. 대한민국에서 자기보다 주식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했다. C회장은 설명회 내내 “주식은 조작”이라며 “전문가들도 이걸 모른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른 유사투자자문업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강조했다.

“OOO에서 증권 방송하는 애들, 3분의 1이 B101호 살아. (참석자 일부가 못 알아듣는 듯하자) 반지하 방 산단 얘기야. 그런 데 안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걔네들이 계좌 보여준 적 있어? 그런 놈들 다 사기꾼이야. 자기 집 가지고 있는 애들 하나도 없어. 전세도 못 살고 사글세 살면서 폼 잡고 100억, 200억 벌었다고 해. 그 돈 있으면 200, 300(만원) 가지고 일반인들에게 (회원 가입하라고) 고개 안 숙이지. 왜 200, 300(만원)에 몸을 팔아.”

A에셋투자 회장은 학력을 강조했다. “내가 서울대 경제학과 나온 사람이야. 대우증권·삼성증권에서 펀드매니저도 했어. 내 친구가 OO증권 사장이야. 나보고 (회사에 들어) 오라고 하는데 나는 내 돈 벌어서 키워 보고 싶은 꿈이 있어.”
신문광고에 나온 A회장의 이름은 유명 자산운용사 회장과 같다. 이름과 대강의 나이를 기준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들을 수소문해 A회장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봤다.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없었다. 그런데 강연 중간에 보여줬던 주식 계좌의 이름으로 찾아보니 동명의 1987년 졸업자가 있었다. 같은 사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 시장은 무조건 오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이번 달 코스피 지수가 1750 선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 그런데 투자설명회에서는 강세론이 득세한다. A회장은 이달 안에 2000 돌파를 자신했다. B부회장도 1900 선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봤다. D회장은 구체적 지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역시 시장을 낙관했다. 다른 투자설명회 광고에선 연말 코스피 지수가 3000까지 간다는 주장도 있었다.

C회장은 유일하게 시장 하락을 전망했다. 그는 “3개월 안에 코스피 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폭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으로 종합주가지수(코스피 지수)는 2% 정도면 본격적인 폭락세가 시작돼. 많이 올라가 봐야 4%야. 1723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음선(시가보다 종가가 낮은 경우) 두 번 나온 다음엔 500빵(포인트) 이상 하락한다. 게임 끝이야.”
 
4 ‘따블’은 기본…오빠 한 번 믿어봐~
수익만 난다면야 불법이건 위법이건 관계없다. 수익이 곧 신뢰다.
A회장은 회원 가입을 독려하며 “확실하게 돈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 있는 분들은 지금 카드 결제하세요. 지금 결제하면 카드사에서는 여러분에게 한 달 후에 청구가 들어가요. 한 달 내에 내가 여러분에게 1000만원이면 4000, 5000(만원) 충분히 벌어줘요. 2000~3000(만원)이면 한 달에 5000, 6000(만원), 1억도 벌어줄 수 있고. 한 달이면 카드빚의 몇 배 이상 뽑습니다. 그러니까 카드빚 갚는 거 걱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가입해서 수익 많이 내세요.”

B플라자 설명회에선 회원 가입을 망설이는 기자를 이렇게 설득했다.
“오늘 신규로 추천 종목 2개 나가는데 (회원 가입비) 200(만원) 빼고 800(만원)이면 두 달에 400(만원)까지 (수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거지. 할부도 가능하니까. 3개월 할부면 월 60(만원), 1000만원에 대해서 한 달에 6%만 수익 내도 은행보다 낫잖아. 배운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하면 1000만원이 1년 뒤엔 100만원 된다니까.”
 
5 ‘댓글 알바’는 오프라인에도 있었다
큰돈 들인 광고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입소문’이다. 참석자들 가운데 큰돈 번 사람 있다면 당연히 솔깃한다. B플라자 설명회 때 가입을 망설이자 부회장이 한 50대 여성을 불렀다.

“여사님, 여기 OOO씨한테 말씀 좀 해주세요.”
그러자 그녀는 청산유수로 말했다.
“내가 지난해 (실제로는 2008년) 12월에 8000만원 가지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3억6000이야. 하이닉스·대구은행·대한항공·큐렉소 사서. 여기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나는 여기서 전설이야, 전설. 나 물어보면 다 알아.”
A에셋투자 설명회 땐 앞서 말한 20대 여성이 ‘가볍게’ 500만원 카드 결제를 한 것이 큰 작용을 했다. 그녀가 자리를 뜨자 옆에 말없이 앉아 있던 30대 후반의 남자가 카드를 내밀고선 3개월 결제를 해 달라고 했다. 그 역시 계약서도 안 받고 사라졌다. 그리고 60대 남자와 기자만 남았다. 60대 남자는 “원금 보장이 되느냐”고 재차 확인한 끝에 3개월 300만원을 결제했다. 카드 한도가 초과돼 회비를 150만원씩 나눠 카드 두 개로 긁기까지 했다.
 
6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
‘너만 알고 있어’
설명회 광고 문구에는 폭등주를 공개한다고 써 있다. 그러나 막상 가면 알려주는 종목은 2% 부족하다. 부족한 2%를 알려면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D회장은 추천 종목으로 국제결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주를 들었다. 그는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액면가가 5000원이고, 현재 주가는 5000~2만원이면서, 꾸준히 영업이익이 나는 종목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종목 이름은 밝히지 않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찾아보면 한 100개쯤 나올 거예요. 그게 뭐냐고? 그건 안 알려 주지. 그걸 알고 싶은 사람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돼요. 내가 다 찾아 주니까.”
B부회장은 강연 내내 “회원들에게만 오늘 코스닥 두 종목 추천이 나가요”라고 말했다. 강연 마지막엔 “회원분들만 앞쪽으로 나오세요. 종목 알려줄게요”라고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설명회장을 빠져나가고 회원으로 보이는 20여 명이 남았다. 어떻게 해서든 두 종목이 뭔지 알아보려고 시간을 끄는데 그 회사 직원이 와서 회원가입을 안 할 거면 나가라는 사인을 줬다. 결국 그 두 종목이 뭔지는 듣지 못했다.
 
7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 어딨어
회원 가입비는 보통 3개월에 200만원, 6개월에 300만원, 1년에 1000만원이다.
A에셋투자는 조금 비싸다. A회장은 “회비는 3개월 300(만원), 6개월 500(만원), 1년 1000(만원)이야. 난 좀 비싸게 받아요. 난 확실하게 수익을 내주니까”라고 말했다.
기자는 “투자금이 1000만원밖에 안 돼 회비 200만원은 너무 비싸다”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A회장은 “좀 남아 보세요”라며 기자를 붙잡았다. 다른 사람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A회장이 제안했다.

“카드 있으면 할인해줄 테니까(일단 가입해라). 다음 주에는 나도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지수 1700 가면 나도 베팅을 못해. 그러니까 이번 주에 하라는 거지. 할인해줄 테니까 한 3개월에 200(만원). 할부로? 그것도 안 되면 150(만원)에 하든지. 100만원은 좀 그래. 3개월에 150(만원).”

B플라자는 할인율이 더 높다. B부회장은 회원 가입을 저울질하는 기자에게 말했다.
“4개월에 100만원 해줄 테니까. 혼자서 하면 다 죽어요. 그리고 수익 나면 와서 영업에 도움 좀 주시고. 회원들 수익 났다는 게 제일 좋아요. 내가 사라 그럴 때 사면 좋아(돈 벌게 돼 있다). 100만원은 사실 안 받아도 되는데, 그럼 의미가 없고. 무료로 해 주면 하라는 대로 안 하거든. 지금 장이 얼마나 좋냐. 1000만원 가지고 1억 만들고 1억 가지고 10억 만드는 거지. 100만원 욕심 나서 그러는 거 아니고. 젊은 분이니까 해보라는 거지.”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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