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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삼국지' 작업 한창 이희재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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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988년 출간된 이래 1천만부가 넘게 팔려나간 스테디 셀러인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가 만화로 탄생했다. 『악동이』로 잘 알려진 만화계의 중진 이희재(49)씨의 『만화 삼국지』(아이세움.각권 8천5백원)다. 총 10권으로 예정된 이 작품을 최근 1차분으로 3권까지 내놨다.

만화로 된 『삼국지』는 그간 10여종 가까이 출간됐다. 그것도 고우영.박봉성 등 내로라 하는 스타 만화가들이 도전했던 터라 『삼국지』의 만화화는 그 자체로는 큰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문열이라는 고부가가치의 '브랜드' 와 만화계에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이씨의 탄탄한 작화 실력이 결합했다는 것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삼국지』의 매력은 무엇보다 머리가 헷갈릴 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묘사에 있다고 봅니다. 생각 깊은 유비, 진중한 관우, 화통하고 다혈질인 장비…. 이들이 맺는 인간관계는 또 얼마나 흥미진진합니까. 그걸 고스란히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이 작업을 위해 얻었다는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지난달 27일 찾아갔다. 작업실은 비좁았다. 한쪽 벽은 컬러로 출력한 등장인물 스케치로 빼곡했으며 책장 역시 온통 '삼국지' 였다. 원작이 된 이문열 평역본은 물론,『극화 대삼국지』 『뚱딴지 삼국지』등 기존에 출간된 각종 만화.소설이 꽂혀 있었다.

주요 교재가 된 것은 28편짜리 한.중.일 합작의 비디오 영화. 이문열 평역본은 아내와 고등학생 딸이 읽어 녹음을 해준 테이프를 이동할 때마다 들었다고 한다.

"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성인들이 일본판을 번역한 걸 보고 자랐어요. 시중에 나와있는 아동용 역시 그것을 참조한 것이 대부분이고요.

말하자면 『삼국지』라는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일차적으로 일본이라는 거름종이를 거친 셈이죠. " 이제는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시각으로, 그리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 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이 침낭을 깔고 작업실 바닥에서 자며 한달에 기껏해야 한두 차례 집에 들어가는 고된 노동에도 그를 버티게 해주는 힘으로 보였다.

유비가 고목나무 앞에서 처음 뜻을 세우는 장면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중 하나다. 모델로 삼은 고목나무는 지난해 아시아 만화대회 참가차 홍콩에 갔을 때 구룡공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것이다.

당시 『삼국지』의 만화화를 제안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혹 참고가 될까 해서" 사진으로 찍어왔다고 한다. 이런 식의 착실한 준비에다 주요 장면에 한 페이지 전부를 할애하는 등의 과감한 연출이 더해져 『만화 삼국지』는 교육용으로서뿐 아니라 성인들이 봐도 별 지루함 없는 작품이 됐다.

예상과 달리 원작자 이문열씨의 감수(감시□)는 받지 않는다고. 그는 "만화적인 생략과 강조는 부분적으로 있겠지만 원작을 크게 거스르지 않기로 합의한 정도" 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원고를 본 이문열씨가 "평소 청소년용으로도 『삼국지』를 다듬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는데 매우 훌륭하게 됐다" 며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이희재씨는 "머잖아 중국과 일본에도 번역돼 최소한 10년은 스테디셀러로 읽혔으면 하는 게 바람" 이라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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