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말뿐인 청소년 축구 육성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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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 네 또 실점입니다. " (임주완 캐스터)

"네, 열번째 실점을 하는군요. 국내 팬들은 선수들의 무기력함을 야단치고 싶을 겁니다. " (필자)

1997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무려 열골이나 허용하며 3 - 10으로 대패했다. 많은 골을 허용하다 보니 중계 중 스코어가 헷갈리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것은 고역이다.

브라질전의 충격은 온 나라를 들끓게 했다. 열악한 축구 인프라와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학원 스포츠의 핵인 중.고.대학의 주요 대회는 인조잔디에서 열지 않겠다는 협회의 긴급조치가 나왔다.

2년 뒤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또 좌절했다. 포르투갈에 1 - 3, 우루과이에 0 - 1로 졌다. 예선 마지막 경기인 말리전에서만 4 - 2로 승리를 거둬 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일본은 결승에 진출, 스페인에 패했지만 준우승을 일궈 세계를 경악시켰다.

아르헨티나에서 2001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대회는 차세대 축구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마라도나(아르헨티나).베베토.둥가(이상 브라질) 등을 배출했다. 97년 앙리(프랑스), 99년 오노 신지(일본)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올 대회도 2002 월드컵에 가세할 '뉴 스타' 의 탄생에 기대가 크다. 세계랭킹 1, 2위인 프랑스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네덜란드.일본.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예 멤버로 팀을 구성해 월드컵 못잖은 명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예선 각조 두 경기씩을 치른 상황에서 벌써 세계 축구 관계자들은 몇몇 스타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사비올라가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1m68㎝의 키에 60㎏의 작은 체구지만 이집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7 - 1 대승을 이끌어냈다. 사비올라는 마라도나를 연상시키는 빠른 몸놀림과 동물적인 골 감각을 갖춰 유럽 명문팀 스카우트를 설레게 하고 있다. 몸값이 무려 2천2백만달러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사비올라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타는 아니다. 대회 전부터 최고의 공격수로 지목받고 있었다.

예선 두 경기에서 네골씩 넣어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의 호베르트와 프랑스의 시스도 눈여겨볼 스타들이다.

새벽 시간에 대회를 중계하며 마음이 아프다. 아시아지역 예선조차도 통과하지 못해 구경꾼으로 전락한 청소년 축구의 현주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청소년 주요 대회는 '한국 축구의 무덤' 으로 불리는 효창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리고 있다. 축구협회의 97, 99년 약속과 조치는 어디로 갔나! 미래가 확실하지 않기에 현실이 더욱 서글프다.

신문선 <본지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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