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법원 전화통화 '멀고 먼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임모(42 ·여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씨는 얼마전 법원에 전화를 걸었다가 곧 수화기를 놓고 말았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려고 문의전화를 했지만 안내번호가 이어졌다. 지법 번호를 누르자 위치안내 ·총무과 ·민사합의과에서 법원장실까지 16개 부서가 다시 안내됐다.이 가운데 한 부서를 선택하자 다시 10여개의 계가 나열됐다.

임씨는 "민사소송 안내가 있어 번호를 눌러봤지만 도무지 부서를 찾을 수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법원이 전화 교환원을 없애고 도입한 사건 및 업무 자동안내시스템 때문에 민원인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업무와 부서 안내가 통합돼 있는 데다 수많은 부서를 모두 소개해 민원인을 헷갈리게 하는 바람에 민원(民怨)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의 업무를 잘 모르는 민원인들이 부서명만 듣고 번호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재판기일은 안내 도중 다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도록 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재판부는 제1민사부 ·제1형사부 등으로만 안내해 법관 이름만 갖고는 사실상 통화가 불가능하다.

고법 ·지법,과(課),계(係) 등 번호를 눌러야 할 단계가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회사원 정기훈(45)씨는 "웬만한 인내심을 갖고는 전화하기 어려운 곳이 법원"이라며 "민원인을 생각한다면 안내원을 둬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법의 가사부에 전화할 경우 '지법-민사부 판사실-가사부'를 연결하는데 2분 가까이 걸린다.

법원은 지난해 말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각 부서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민원 자동안내시스템을 도입했지만 6개월이 되도록 민원인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 직원들조차 "너무 복잡하게 안내를 해 각 과로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정도"라며 "민원인들이 짜증을 낼 만하다"고 말했다.

안내시스템의 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고법 관계자는 "민원인에게 상세한 정보를 주기 위해 만들다 보니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며 "이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