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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댜오위타이 본래는 황제 행궁, 방만 200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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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호 22면

미국과 중국·일본·프랑스 등 상당수의 선진국은 정부가 운영하는 영빈관을 갖고 있다. 외국 정상이나 국빈 등이 방문했을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압축적으로 즐기면서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양국 간 협상이나 현안 논의를 한층 효율적이고 부드럽게 이끌어갈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는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한 신문업자 프랜시스 블레어가 1836년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백악관과 마주하고 있다. 1942년 미국 정부가 영빈관용으로 사들인 뒤 국무부에 운영을 맡겼는데 실용적으로 운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주로 국빈의 숙소로 쓰이지만, 실무급 방문에 나선 외국 정상과 대통령이 초청한 국내 인사도 머물 수 있다.

취임식을 앞둔 대통령 당선자 가족이 원할 경우 며칠간 머무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2009년 1월 시카고 출신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블레어 하우스 사용을 원했지만 결국 시내 헤이 애덤스 호텔에 묵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호주의 존 하워드 전 총리의 숙소로 예약해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진영과 퇴임하는 부시 정부 간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2004년 6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땐 빈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낸시 레이건 여사가 블레어 하우스에 묵으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블레어 하우스는 4개의 독립된 건물이 타운하우스 식으로 연결된 건물이다. 건물마다 침실과 접견실, 서재, 미용실 등을 갖추고 있다. 한 고위 외교관은 “블레어 하우스에 초대된 이상, 떠날 때까지 초대된 정상이 주인”이라며 “손님들을 초청해 조찬과 만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비공식 영빈관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 일정으로 찾아오는 외빈 가운데, 미 대통령이 친근하게 챙기는 국가원수를 초대한다. 중동 문제처럼 중요한 이슈를 다룰 때도 이곳을 이용한다. 캠프 데이비드에선 국무부 의전실이 아닌, 대통령의 부인이 외빈의 숙소와 식사 등을 챙긴다.

닉슨은 젓가락 사용하며 관심 끌어
중국의 영빈관은 베이징 중신 서쪽의 ‘댜오위타이’다. 우리에겐 2003년 8월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의 장소로 귀에 익은 곳이다. 800년 전 황제들의 행궁으로 건립됐다고 한다. 1959년 영빈관으로 개조했다. 총 면적은 42만㎡, 건물 면적 16만5000㎡에 이른다. 독립된 건물 17개가 있으며, 건물마다 객실과 연회실·접견실을 갖췄다. 총 객실 수는 200개이고 수용인원은 500명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건물은 18호각과 12호각이다. 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방중 때 18호각에 머물렀다. 닉슨 대통령은 댜오위타이 만찬장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내보이기 위해 젓가락을 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12호각에 머물렀다. 홍콩·마카오의 중국 반환 문제를 두고 중국이 영국 및 포르투갈과 협상을 벌인 곳도 댜오위타이다. 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댜오위타이는 혁명 주도자들의 근거지였다.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문혁을 주도한 장칭(江靑)은 아예 댜오위타이에서 살았다.

현재 운영은 외교부 산하 댜오위타이 국빈관 관리국이 맡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외국 국가원수나 정부 대표 외에 각국 정치인과 민간 기업에도 개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차이나 뉴스에 따르면 18호각의 경우 하루 숙박료가 5만 달러에 이른다. 대신 숙박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18호각에 방을 얻었다는 것 자체로 ‘품격을 인정받았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숙박료는 건물과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6자회담 대표단으로 댜오위타이에서 묵은 외교관에 따르면 “일반인에겐 아침 식사 100달러, 점심 식사 200달러, 저녁 식사는 300달러를 받는다”고 전했다. 요리사만도 3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프랑스, 대통령궁 옆 호텔 구입해 사용
프랑스의 경우 72년부터 대통령궁에 인접한 저택 스타일의 마리니 호텔을 구입해 국빈 방문한 외빈에게 제공하고 있다. 1876년 지어진 건물로 지상 3개 층의 호텔이다. 객실 수는 29개, 연회실과 접견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때때로 정부 대변인의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캐나다는 67년 총리관저 길 건너편 2층짜리 민간 저택을 숙소로 개조해 영빈관으로 쓰고 있다. 수용 규모는 정상을 포함해 8명밖에 안 된다. 그래서 중견국가의 외상이나 작은 나라의 총리급을 묵게 한다. 대규모 대표단의 경우 오타와 시내 고급 호텔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벨기에·덴마크 등 유럽의 왕정 국가는 국왕이 초청하는 국빈 방문(state visit)에 한해 왕궁이 영빈관 역할을 한다. 영국의 경우 국빈 방문이면 엄격하고 장중한 왕실 예법에 따르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고 있는 런던 시내 버킹엄궁에 묵게 된다. 버킹엄궁엔 손님의 숙소로 쓰이는 건물(wing)이 이어져 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수행했던 인사는 “여왕 주최 만찬이 끝난 후 여왕이 직접 노 대통령을 숙소까지 안내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버킹엄궁은 10명 정도의 공식 수행원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으나 ‘여왕의 손님’을 극진하게 챙겨주는 최고의 의전이 베풀어진다. 공식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은 수행원은 시내 호텔에 별도로 묵어야 한다. 총리의 초청으로 방문하는 외국 정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왕궁 영빈관은 왕실 의전의 격조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반적으로 시내 중심가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본도 영빈관을 외교에 잘 활용하고 있다. 도쿄와 교토 두 곳에 영빈관을 두고 있다. 도쿄 중심가, 황궁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아카사카궁은 메이지 유신 시대인 1909년 왕세자 거주용으로 지어졌다.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본뜬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건축기간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발생 후, 왕세자이던 히로히토 일왕(89년 사망·일본에선 천황으로 부른다)이 입주해 대관식 때까지 살았다. 2차대전 후 소유권이 황실에서 정부로 넘어갔다. 일본 측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이 점차 커짐에 따라 74년 영빈관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상 2층·지하 2층 규모로 연면적은 1만5000㎡다. 수용 인원은 30명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국가원수나 왕족, 총리, 국회의장의 숙소로 제공한다. 조약 체결 장소나 연회 장소로도 사용된다.

화강암으로 된 웅장한 건물 내부는 베르사유궁의 화려함과 일본 색채의 예술 조각품들이 어우러졌다. 헬기 착륙장도 있다. 2000년 6월 G8 정상회의도 이곳에서 열렸다. 운영은 도쿄 내각부가 하는데, 궁을 따라 3.5㎞ 조성된 산책로도 유명하다. 75년부터 정상 외교가 열리지 않는 여름이면 일반인들에게 궁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됐다.

2005년 고도(古都) 교토에 건립한 영빈관은 전통 가옥 형태로 지어졌다. 대지 2만㎡, 지하 1층·지상 1층 연면적 1만6000㎡의 건물이다. 약 208억 엔을 투입했다고 한다. 흑벽·박공 형태의 지붕과 연못, 다다미 홀까지 갖췄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빈 방문 시 주로 도쿄 영빈관에서 3박4일 체류하며, 원할 경우 교토 영빈관에서 하루 더 체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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