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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브랜드의 탄생은 우연 아닌 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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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모든 조직과 브레인이 총동원돼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전사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파워 브랜드는 기대할 수 없다.”

1위 브랜드의 비밀 #에쎄·쏘나타·애니콜·신라면 등…전사적인 브랜드 관리 전략 성공

일본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하쿠호도 브랜드가 펴낸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브랜드 경영』에 나오는 말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사실은 기업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기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경영은 단지 상품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다. 다매체 시대에 브랜드를 여기저기 노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반짝 광고로 신생 브랜드가 널리 퍼지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반드시 매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품질이 받쳐줘야 하고 기술의 진보가 따라야 하고 전략적 마케팅이 함께 가야 한다.

‘전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 그래서 중요하다. 브랜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경쟁자는 끊임없이 쫓아오고 소비자 취향은 계속 변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때로는 과감히 변화시키는 고도의 전략은 필수적이다.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부자 삼대 간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소위 수퍼 브랜드 대접을 받는 KT&G ‘에쎄’, 현대자동차 ‘쏘나타’, 삼성전자 ‘애니콜’, 농심 ‘신라면’은 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모두 해당 업종에서 다년간 브랜드 경쟁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시장 점유율 역시 1위다. 그럴 만한 이유를 알아봤다.

1분에 2200갑 팔리는 에쎄

1996년 처음 에쎄를 출시했을 때 니치마켓을 겨냥한 브랜드였다. 애초에 에쎄는 슬림형 담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온 다국적 담배 회사에 대항하기 위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KT&G는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발견했다. 심층적인 소비자 조사를 하고 분석한 결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청장년층 시장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KT&G는 과감히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전략을 세웠다.

제품은 부드럽고 깨끗한 맛, 풍부한 향과 흡연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재출시됐다. KT&G는 에쎄 브랜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에쎄 라이트’ ‘에쎄 원’을 출시해 브랜드 확장 전략을 폈다. 2006년에는 대나무 활성 숯이 다른 숯에 비해 특정 유해 성분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에 착안해 대나무 활성 숯 필터를 적용한 ‘에쎄 순’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열흘도 안 돼 1000만 갑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2007년에는 1등급 담뱃잎에 유명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디자인한 '에쎄 골든리프'를 선보여 초슬림 담배의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었다. 에쎄는 최근 한국능률컨설팅이 주관한 ‘한국산업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담배 부문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에쎄는 하루 320만 갑이 팔린다. 1분에 2200갑씩 팔린다는 계산이다. 에쎄 단일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4%다. 에쎄가 파워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전사적인 브랜드 경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제품을 적절한 시점에 선보이고 브랜드를 확장해 가면서 시장을 넓혔다. 여기에 지속적인 품질 개발과 관리,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1등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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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에서 쏘나타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1985년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 500만 대 가까이 팔린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처음부터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은 아니다. 출시 당시 이름은 ‘소나타’였다. 일부 소비자는 ‘소나 타는 자동차’라고 비아냥댔다. 현대차는 이듬해 ‘쏘나타’로 개명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혁신했다.

출시 1년 만에 전면 성형수술을 한 것이다. 혁신은 과감했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디자인을 라운드형으로 바꾸고, 국산 중형차로는 처음으로 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면서 중형차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또한 지속적인 디자인 개선과 성능 향상을 통해 1993년 ‘쏘나타 II’부터 2009년 신형 ‘NF 쏘나타’에 이르기까지 출시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한국 자동차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2009년 9월 출시된 신형 쏘나타는 사전계약 하루 만에 계약 대수 1만 대 돌파, 월평균 약 1만5000대 판매 등 국내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최장수 브랜드로서 25년을 이어온 전통을 바탕으로 쏘나타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했다. 말 그대로 수퍼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 6조원인 애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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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으로 1994년 국내시장에 첫선을 보인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선두였던 모토로라를 넘어섰다. 차별된 기술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장에 통한 것이다.

이후 애니콜은 소비자가가 요구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폈다. 출시되는 제품마다 히트 상품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애니콜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20%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북미에서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노키아가 주도하던 유럽 시장에서도 2배 이상 차이 나던 점유율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또한 중국 베이징대 비즈니스 평론지가 발표한 2007년 중국 소비재 기업 대상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브랜드로 선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애니콜은 휴대전화를 단순한 통화 수단에서 디지털 문화를 이끄는 도구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제품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인의 매운맛, 농심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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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첫선을 보인 후 지난해 6월까지 신라면은 무려 180억 봉지를 팔았다. 출시 직후 신라면은 국내 라면 시장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 장악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008년 신라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15%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라면 시장 1위 브랜드인 신라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신라면은 1997년부터 일본 최대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입점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2004년 일본 지상파 방송인 도쿄TV는 농심 신라면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선정했다. 신라면의 가치가 일본에서도 인정받은 것이다. 농심은 신라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은 해외 시장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베트남과 러시아 등 현지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동남아 및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2015년 매출 목표인 4조원 중 1조원을 해외에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신라면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세계 속 글로벌 농심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품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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