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탈북자 껴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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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로 모르는 언니.오빠들이 조직을 해서 노는 게 미팅이지요?"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 시내 15평 임대아파트. 1999년 3월 부모와 함께 북에서 온 초등생 정아(가명.13).현아(가명.9)자매가 대학생 선생님에게 던진 질문이다.

선생님은 이화여대 2년 안시선(安施.정경학부)씨. 지난 1월부터 매주 한번 이들의 집을 찾아 공부도 가르치고 남쪽 생활 얘기도 들려준다.

자매는 요즘 남한 가수들과 컴퓨터게임에 빠졌다. 그래서 "CD는 어디서 사느냐" "어떤 게임이 재미있느냐" 는 등 질문도 다양해졌다.

安씨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자원봉사단(http://www.nkhumanrights.or.kr)멤버. 탈북가정 어린이.청소년들의 집을 방문해 형.누나 노릇을 해주는 모임이다. 99년 1월 만들어져 전국 20여 대학.대학원생 70여명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安씨처럼 전국의 탈북자 가정 40여곳에 주 1회 이상 찾아간다.

북에서, 또 탈북 과정에서 단절되거나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영어.수학.컴퓨터 등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다. 일부는 매주 토요일 경기도 안성의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 에서 같은 일을 한다.

지난해 연세대 인문계열에 합격한 C씨(20)는 이들에게 보람을 안긴 '제자' 다. 그 역시 "형.누나들의 도움으로 남쪽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고 고마워한다.

"북에서 왔다는 걸 친구들이 모를 만큼 잘 적응하기도 해요. 하지만 따돌림당하거나 수업을 못따라가 뒤처지는 애들도 많지요. "

그래서 이들에겐 꼭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봉사자들의 말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金英子.48)사무국장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봉사자들은 늘 고민한다" 고 말했다.

지난 2일 봉사단원 전원이 결연가정 아이들과 서울 종로의 국립과학관으로 소풍을 다녀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봉사단 유진선(兪眞仙.24)간사는 "오히려 순진한 아이들의 시각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고 봉사생활을 소개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02-723-1672.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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