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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중공업 가처분신청 받아들여 ‘오일뱅크 경영권 다툼’ 유리한 고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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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둘러싼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의 법정 다툼에서 또 한 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가 정기 주주총회에 배당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게 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주총을 통해 주주들에게 831억원을 배당하려던 현대오일뱅크는 관련 안건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IPIC의 자회사 2곳이 70%, 현대중공업(21.13%)을 비롯한 범현대가가 30%를 갖고 있다.

IPIC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5억 달러(당시 6127억원)에 사들였다. 현대중공업과 IPIC는 2003년 계약을 수정해 IPIC가 배당금 형태로 2억 달러를 가져갈 때까지 현대 측은 배당을 받지 않고, 경영권에도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IPIC는 지분 20%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도 얻었다. 대신 IPIC가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할 경우 옛 현대그룹 쪽에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했다.

IPIC는 이후 콜옵션을 행사해 2006년 지분을 70%까지 늘렸다. 하지만 배당금은 1억8800만 달러까지만 받고 더 이상 받아가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의 공개매각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부설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제소했고, IPIC도 맞소송을 냈다.

ICA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IPIC 측의 지분 전량을 시가보다 25% 낮은 주당 1만5000원에 현대중공업에 넘기도록 했다. IPIC는 승복하지 않고 한국 법원의 판정을 받겠다고 나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중재판정을 승인하고 강제 집행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자 IPIC는 배당금을 받아가겠다며 현대오일뱅크 주주총회 안건에 이를 포함시키려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중재판정이 나온 만큼 IPIC의 배당금은 이미 다 받아간 걸로 봐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IPIC가 추가 배당을 받는 것은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판정에 반한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 법조 관계자는 “국제중재 승소에 이어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짐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여러모로 유리해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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