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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피커’는 □ 카드만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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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실적은 별로면서 부가서비스만 쏙쏙 챙겨먹는 ‘체리피커’. 카드사 입장에선 ‘얌체 고객’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 고객’이다.

이들이 원하는 카드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연회비가 싼데, 부가서비스 혜택은 크고, 혜택을 받기 위해 전월에 써야 하는 실적 요건이 낮을 것.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카드 상품을 체리피커들은 용케도 찾아낸다. 신용카드 관련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체리피커들이 꼽는 알짜 신용카드들을 정리했다.


◆캐시백에 강한 IBK카드=‘1만원 이상 결제할 때마다 1000원 캐시백’. 기업은행의 ‘마일스토리카드’는 캐시백 서비스 면에서 가장 짭짤한 카드 중 하나다. 업종이나 가맹점 구분 없이 어디서 써도 1000원을 돌려받는다. 캐시백 서비스를 받으려면 전월에 쌓아야 하는 실적도 20만원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이 카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엔진오일 무상교환’ 서비스에 있다. 첫해엔 신용카드를 한 번만 쓰면 4L짜리 킥스 엔진오일을 공짜로 교환받을 수 있다. GS칼텍스 주유 시 L당 60원 적립, GS앤포인트 적립 등도 따라온다. 1월 말에 출시된 이 카드는 두 달여 만에 3만6600장이 발급됐다. 크게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행은 6월까지 이 카드를 발급받으면 1만원(국내 전용)인 연회비를 2000원으로 깎아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캐시백 두 번만 받으면 연회비를 벌 수 있는 셈이다.

카드사에 뭐가 남을까 걱정될 정도지만 기업은행 카드마케팅부 신치수 차장은 “혜택을 제휴사(GS넥스테이션)와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이익은 남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IBK카드를 잘 모르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꽤 크다는 설명이다.

◆엮으면 혜택 느는 KB카드=카드 여러 장을 굴비처럼 엮어 쓰는 이른바 ‘굴비 엮기’는 체리피커의 주요 노하우다. 국민은행이 다른 카드사와 달리 대부분 카드의 실적을 통합관리한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만약 KB카드를 세 장 발급받아 10만원씩 쓴 경우 통합으로 실적이 인정되기 때문에 세 카드 모두 전월 사용실적이 30만원으로 잡힌다. 따라서 쉽게 요구실적 기준을 채워 카드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 KB카드·The CJ 카드·포인트리카드를 모두 발급받아, 세 카드의 통합실적이 기준만 넘으면 카드별 할인·적립혜택을 다 받게 된다.

이 방법을 이용해 연회비도 절약할 수 있다. KB카드는 연회비를 카드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한다. 따라서 카드를 몇 장을 받든 가장 높은 등급의 한 장만 연회비를 내면 된다. 단, 제휴연회비는 별도다.

체리피커의 타깃이 되는데도 카드사가 통합 실적관리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건 수익성 면에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자체 분석한 결과, 고객이 카드를 여러 장 가지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받으면 카드 사용금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은 혜택이 커지고, 카드사는 실적이 늘어나는 ‘윈윈효과’다.

◆할인 혜택 큰 농마카드=줄여서 흔히 ‘농마’로 부르는 농협의 마이원카드는 20대가 좋아할 만한 할인혜택을 고루 갖춘 상품이다. 영화관 4000원, 패밀리레스토랑 20%,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서점 3% 할인 등이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영화관에서 할인되는 카드는 많다. 하지만 이 카드가 특히 주목받은 건 다른 멤버십 할인카드와 중복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동통신사 카드로 10% 할인받은 뒤, 나중에 대금 결제할 때 마이원카드로 20%를 추가로 깎아 준다.

다만 ‘전 3개월 30만원’이던 요구실적이 지난해 9월부터 ‘전월 2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매력이 다소 줄어들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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