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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학] 집중투표제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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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학교에서 반장이나 회장을 뽑을 때 우리는 한표만 찍습니다. 하지만 기업, 특히 주식회사는 다릅니다.

주식 숫자만큼 투표권을 가집니다.

주식회사에서 가장 높은 기구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모이는 주주총회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주주가 모여 회사 일을 챙기려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일을 뺀 대부분을 이사회가 맡지요. 이사회는 이사로 구성하며, 대표이사 사장이나 전무는 대부분 이사 중에서 뽑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하는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뽑습니다. 주총장에서 주주들은 갖고 있는 주식 수만큼 투표권을 가집니다. 1%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1%만큼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주식이 5만주인 어떤 회사가 A, B, C 3명의 이사를 뽑을 경우 주주들은 A, B, C에 대해 한차례씩 투표할 수 있습니다.

1%에 해당하는 5백주의 주식을 가진 사람은 세번에 걸쳐 1%씩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한주밖에 없는 사람도 모두 세번의 투표 기회가 있지만 투표권의 비중이 전체의 5만분의1밖에 안되므로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수십%의 주식을 가진 대주주가 자기 뜻대로 이사를 뽑기 때문이죠.

소액주주(증권거래법상 전체 주식 중 1% 미만의 주식을 가진 사람)의 불만은 여기서 나옵니다.

이사를 뽑기 위한 세번의 투표에서 항상 대주주가 이기기 때문이죠. 이런 소액주주의 불만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집중투표제입니다. 투표권을 한 군데로 집중시키는 몰아주기식 투표를 말합니다.

A, B, C 3명의 임원을 뽑는 주총에서 어떤 주주가 1백주를 갖고 있을 경우 그전에는 3명에 대해 각 1백주씩 찬반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A에게 3백주의 권한을 행사하고 나머지 B, C에 대해서는 투표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3명의 임원을 뽑을 경우 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가 투표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해 한 명의 임원을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17%*3=51%가 되는 것이죠. 또 같은 뜻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자신의 지분을 한사람에게 몰아줘 그 지분만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집중투표제란 이처럼 투표권을 자신이 원하는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만큼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대주주 입장에선 집중투표제가 썩 달갑지 않은 것이죠.

현재 멕시코.칠레 등 20여개 나라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집중투표제의 발원지인 미국에선 6개주가 이를 의무화했고, 나머지 대부분의 주에선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법은 일본과 유사하게 집중투표제 실시 여부를 기업이 알아서 정하도록 했습니다.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려면 회사 운영 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정하는 정관에 규정해야 하는데 이를 채택한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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