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논쟁 다음 세대까지 잇겠다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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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영토관을) 심어 놓으면 논리를 초월해 각인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 다음 세대까지 독도 논쟁을 가져가겠다는 각오로 보인다.”(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지금 강력히 대처하지 않으면 내년엔 모든 중학교 교과서, 후년엔 모든 고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실릴 것이다.”(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일본 문부성이 모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도록 한 조치(본지 3월 31일자 1면)와 관련해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이 31일 긴급 학술회의를 열었다.

재단이 개정 이전인 2009년 발행된 일본 초·중·고 교과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사회 5종 중 1종, 중학교 3학년 사회(공민적 분야) 8종 중 5종, 고교 지리 16종 중 15종이 독도 관련 내용을 기술하고 있었다.

대부분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에서 한국과의 사이에 영유권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홍성근 연구위원은 “일본은 2008년 교사용 학습지도 해설서를 통해 영토 교육을 심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며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이전 일본 교과서에 독도의 존재감은 없었다. 그러다 독도와 울릉도 위치에 점을 찍고 위치를 표시하는 단계, 두 섬 사이에 경계선을 표시하는 단계를 거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서술하는 단계로 점차 강화돼 왔다.

학자들은 독도 문제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가 아닌 지리 등의 교과서에 독도를 다루는 것은 독도를 역사적 문제가 아닌 영토 분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은 얌전한 척하면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과격하게 표현하는데, 한국은 일본의 이와 같은 행위가 ‘도둑질’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며 “한국은 면밀한 반박 논리를 마련해 국내용이 아닌 국제사회용으로 퍼뜨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신철 교수는 “일본 정부가 우리 측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간 차원에서 일본 교과서 출판사·저자를 설득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정치권도 잇따라 비판에 나섰다. 정운찬 총리는 “역사적 사실 앞에 정직하지 못한 나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화려한 수사적 표현이 아닌, 잘못을 고쳐 나가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나쁜 이웃”이라고 꼬집었다.

이경희·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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