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옴부즈맨 칼럼] 법 · 원칙 일깨운 북선박 침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6월이 오면…. 서양의 어느 시인은 연인과 함께 향긋한 건초 더미에 누워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들을 바라보리라고 낭만을 노래했다.

그러나 한국의 6월은 한국전쟁과 6.10 민중항쟁을 생각하고, 또 호국영령을 기리는 비장하고 엄숙한 달이다. 특히 올해 6월의 첫 주는 민족과 국가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했다.

6월 2일부터 7일까지 계속된 북한 상선들의 고의적인 영해와 북방한계선(NLL) 침범 기사가 연일 도하 각 신문의 1면 머리를 장식했다.

우리 군과 정부는 남북화해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도록 경고와 양보를 계속했다. 그러나 토요일인 9일자 1면에는 조업 중에 NLL을 넘어간 우리 어선이 북한 경비정의 '계류' 명령에 불응했다가 총격을 받은 기사가 실렸다.

북한 상선들이 '김정일 장군님이 개척하신 항로' 를 확보하기 위해(4일자 3면 '남 찔러보며 새 항로 모색' ) 고의적으로 침범하는데도 "지혜롭게 대처하라" 는 지시에 따라 "북한은 그런 절차를 잘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6일자 3면 '强하자니 답방 금 갈까 걱정' )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밀리다가, 자기 나라 영해도 지키지 못하는 주권국가로서의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이 문제를 신속한 보도와 다각적 조명(4일자 3면 '북한 상선 영해 침범 상황도' , 6일자 1면 '북한 상선 영해.NLL 침범 일지' ), 그리고 심층해설(4일자 3면 '무해통항권이란' , 6일자 3면 '南 흔들고 항로 개척' , 7일자 3면 '또? 할 말 잃은 군' )등으로 다뤘다.

또 미흡하고 부적절한 군과 정부의 대응을 비판(5일자 3면 '북 강수에 갈피 못잡는 정부' )하면서, 주권국가로서 취해야 할 자세(4일자 사설 '북한 상선 계산된 침범인가' , 5일자 사설 '영해침범 대응순서 잘못됐다' , 9일자 사설 '전쟁 나도 말싸움만 할텐가' )를 제시했다.

변하지 않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련의 사건들은 세계화와 탈냉전 시대에도 주권을 지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어야 함을 깨우쳐 주었다.

문제는 대북 관계뿐 아니라 한일어업협정, 한중어업협정, 미사일방어(MD)망,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등 외교 쟁점마다 혼선을 거듭해 온 정책 당국자들이 과연 얼마나 귀중한 교훈을 얻었느냐 하는 점이다.

반면 고도로 계산된 북한의 영해침범 행위가 계속되고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보도한 '신 남북시대' (5일자 14, 15면)는 북한을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기사들이었다.

삶의 보람이 반드시 물질적 풍요나 큰 성취를 통해 얻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생활 주변에서 얻는 잔잔한 즐거움을 통해 오히려 더 큰 행복과 감동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재인식하고 낭만을 찾을 수 있게 해준 '서울 파노라마' (4일자 25면, 6일자 23면)는 청량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기록적인 가뭄과 관련해 '올 봄 가뭄 원인은 뭘까' (5일자 21면), '가뭄 이기는 비, 물 만들기' (8일자 50면), '대구 찜통도시 탈출' (8일자 30면)등의 기사는 장기적 대응방안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기사마다 첨부된 각종 그래픽은 시각적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해당 사안의 이해도 도와주는 좋은 내용들이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대 총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