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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프랑스- 일본 '정상 가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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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프랑스와 일본이 10일 요코하마에서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을 갖는다. 이에 앞서 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3, 4위전에서는 브라질-호주가 맞붙는다.

7일 세계 랭킹 1, 2위끼리 벌인 준결승 수원 경기에서 프랑스는 브라질을 2-1로 제압, 결승에 진출했다. 또 일본은 요코하마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호주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 프랑스 2-1 브라질

초여름밤의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할만큼 시원하고 수준높은 경기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 · 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브라질이 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은 잘 짜여진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 했다.

전력의 핵심들이 빠진 1.5군(프랑스)과 2군(브라질)의 경기라는 일부의 평가를 비웃 듯 두 팀은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승리는 조직력에서 앞선 프랑스의 차지였다.프랑스는 피레스·드사이가 1골씩 터뜨려 하몽이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브라질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반 27∼28분까지는 '1백점 짜리' 모범 답안처럼 완벽한 공격을 보여준 프랑스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브라질 선수들에 못지 않는 개인기와 체력 · 스피드까지 갖춘 프랑스 선수들의 파상적인 공세에 브라질은 자존심보다 골문을 지키기 바빴다.

프랑스의 첫 골은 전반 6분에 터졌다. 조르카예프의 코너킥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 있던 비에이라가 헤딩으로 뒤로 내주자 아크 부근의 피레스는 강력한 오른발 발리 슛으로 브라질 골문을 갈랐다. 상승세를 탄 프랑스의 공격은 거세게 이어졌다. 23분엔 조르카예프의 힐킥을 이어받은 윌토르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슛이 골문을 비켜갔고, 26분엔 피레스의 패스를 받아 문전까지 치고 들어간 아넬카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날린 오른발 슛이 역시 골문 왼쪽으로 빗나갔다.

추가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을 수차례 놓친 프랑스의 부진을 브라질은 놓치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29분 아크 부근서 프랑스 카랑뵈의 핸드링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하몽이 오른발로 그림같이 감아차 프랑스 오른쪽 골네트에 꽂히는 만회골을 뽑았다. 동점골이 신호탄이기라도 하듯 전반 종료까지 브라질은 프랑스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러나 후반전은 다시 프랑스의 페이스였다. 후반 8분 조르카예프가 왼쪽에서 날린 프리킥을 공격에 가담한 최종 수비수 드사이가 머리로 방향을 살짝 바꿔 결승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은 11분 아껴뒀던 미드필더 밤페타를 투입, 동점골을 노렸으나 프랑스는 카리에르를 투입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이후 3년만에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프랑스는 최근 10년간 상대 전적에서 2승1무1패로 앞섰다.

◆ 일본 2-1 호주

쏟아지는 장대비도 욱일승천하는 일본의 기세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한 명이 퇴장당한 숫적 열세 속에서도 일본의 완강한 수비벽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일본이 7일 요코하마국제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호주와의 준결승에서 나카타 히데토시의 프리킥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프랑스-브라질 승자와 10일 오후 7시 요코하마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요코하마 전투'를 승리로 이끈 선봉대장은 나카타였다.나카타는 전반 42분 스즈키 다카유키가 문전 20m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내자 오른 발로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낮게 깔려 날아간 볼은 호주 수비벽을 뚫고 골라인을 지키던 호주 수비수의 발에 맞은 뒤 골그물을 강하게 흔들었다.

두 팀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혈투를 벌였다. 수중전에서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호주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캥거루 군단' 호주는 집요하게 일본 측면을 파고들며 골을 노렸다. 일본은 특유의 정교한 조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그라운드 컨디션 속에서 호주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결승골을 얻기까지 일본의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츠는 골문을 굳게 지켜냈다. 전반 21분 문전 혼전 중 데이비드 즈릴릭이 날린 슈팅을 감각적으로 쳐냈고 38분에는 스티브 코리카와 1대1로 맞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냈다. 39분에는 스탄 라자리디스의 헤딩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3분뒤 나카타의 결승 골이 터졌다.

일본은 후반 10분 위기 상황을 맞았다. 공과 상관없는 지점에서 스즈키가 호주 수비수를 치는 장면을 부심이 정확히 보고 깃발을 흔들었다. 카메룬과의 예선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내 새 영웅으로 떠오른 스즈키에게 주심은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빼들었다.

스즈키가 퇴장당하자 숫적 우세를 앞세운 호주의 파상 공격이 이어졌다. 호주는 좌우 측면을 돌파해 쉴 새 없이 센터링을 날렸지만 일본 수비진은 넙죽넙죽 볼을 걷어냈다. 초조해지기 시작한 호주는 오히려 일본의 역습에 말려 세 차례나 추가 실점 위기를 맞았다.모두 나카타의 발끝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후반 32분 이나모토 준이치의 크로스 패스를 받은 나카타가 단독 질주, 왼발슛을 날렸지만 옆그물을 흔들었다. 37분에는 나카타-이나모토로 연결된 패스를 받은 모리시마 히로아키의 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43분에도 나카타의 센터링을 받은 모리시마의 원바운드 헤딩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호주는 후반 43분 크레이그 무어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면서 더 이상 추격을 포기했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길게 울렸다. 4만7천여 일본 관중의 함성이 천둥 소리보다 더 크게 경기장에 진동했다. 세계 축구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일본 대표팀의 진군을 지켜보기 위해 관중은 두 시간동안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사력을 다해 승리를 거둔 뒤 경기장을 떠나는 일본 선수들의 얼굴에는 '브라질이든 프랑스든 어느 팀이 올라와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손장환 · 신준봉 · 장혜수 ·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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