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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집권] '높은 투표율=민주 유리' 상식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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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이번 대선 결과는 전문가들의 상식과 징크스를 깨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 젊은층 투표율 늘지 않았다=당초 예상과 달리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젊은층이 예상만큼 많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젊은이들은 2004년 대선도 외면했다(2004 not breakout year for youth vote)'는 제목의 기사에서 18~24세 연령대 유권자의 10% 이하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2000년과 비슷한 비율이라고 보도했다.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졌기 때문일 뿐이라는 말이다.

젊은층에게는 경제와 도덕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응답자의 20%가 이 두 가지 이슈를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라크와 테러는 그 다음이었다. 도덕적 가치를 중시한 젊은 유권자들은 강력히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경제에 관심이 많은 그룹은 케리를 지지했다.

◆ 투표율 높았지만 민주당엔 유리하지 않았다=이번 대선 투표율은 1968년 베트남 전쟁 때 치러진 대선 이후 최고인 60%(1억21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케리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미국 대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전체의 3%)가 막판에 현직 대통령보다 도전자를 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표 인구가 1억1000만명 이하일 경우엔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그리고 이를 넘어서면 케리가 유리할 것이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96년 이후 대선 결과를 족집게같이 맞혔던 미국 여론 조사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선거인단에서 311대 213으로 케리의 압승을 점쳤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높은 투표율을 믿었지만 정작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온 것은 보수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이었던 셈이다. 실제 공화당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4년 전의 3배인 약 1억25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물론 케리 측도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대선의 두배 가까운 600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했다.

◆ 10월 주가 징크스도 깨져=미 대선 직전인 10월 한 달의 주가가 0.5% 이상 떨어질 경우 집권당 후보는 항상 고배를 마셨다는 징크스도 이번 선거를 통해 깨졌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1904년 이후 25번의 선거에서 10월 다우존스 지수가 0.5% 이상 하락한 여섯 번 모두 집권당 후보가 참패했다는 점을 들어 부시의 패배 가능성을 점쳤었다.

실제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현직이던 공화당 조지 부시(아버지) 대통령을 꺾었던 92년 선거 때는 1.39%나 주가가 빠졌었다. 반면 10월 주가가 올라갔던 경우 세 번의 예외를 빼곤 집권당 후보가 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의 경우 지난 10월 주가는 0.52% 떨어졌다. 주가로만 보면 케리가 이겨야 했다. AWSJ는 이와 관련, "미 대선은 늘 물가.이자율.고용 등 경제 상황에 의해 극히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왔다"며 "주가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라고 주장했었다.

◆ '여성은 케리 지지' 믿음 깨져=시사 주간지 타임이 지난달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케리에 대한 여성유권자 지지율은 50% 대 38%로 12%포인트나 앞섰다. 케리 후보는 이 결과에 고무됐다. 그러나 2일 CNN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52%가 케리를 찍은 반면 부시를 찍은 여성 유권자도 47%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예상이 빗나간 이유를 안보엄마(Security moms)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4년 전인 2000년 대선에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일명 '축구엄마들(soccer moms)'의 표심이 중요했다면 이번에는 테러 등 자녀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안보엄마들이 케리 대신 부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의 정치학자 마이클 헤이건은 "여성들은 보통 남자보다 테러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하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투표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 부시 대통령이 유리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남정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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