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 관리 '구멍'… 유출사건 잇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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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양곡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위탁보관 중 빼돌려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목포 경찰서는 1일 무안군 청계면 S미곡종합처리장에 위탁 보관 중인 양곡 3만6천여가마 가운데 1만5천여가마(8억원 상당)가 도난당했다는 양곡가공협회 회장 金모씨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농협측이 양곡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이 미곡처리장 대표 金모(49)씨와 경비용역업체 관계자 등이 입회했다는 주변 진술에 따라 이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미곡처리장에는 농협 무안군지부가 지난해 12월 한국양곡가공협회에 관리를 위탁한 수매벼 조곡 40㎏ 들이 3만6천여가마가 보관돼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말 나주시 Y미곡종합처리장에서 위탁 보관된 정부양곡 11만7천여가마(11억3천만원 상당)를 미곡처리장 대표 李모(62)씨가 빼돌려 달아났다.

나주시는 李씨와 관리인 金모(43 ·구속)씨 등이 10여일 사이에 4∼5차례에 걸쳐 양곡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나주시는 연대보증을 선 곡물협회 전남지회에 전액 보상해 줄 것을 통지했다.

잇단 수매양곡 도난은 관리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정부양곡보관관리지침에 따르면 시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감독기관이 3월 말과 10월 말 두차례에 걸쳐 재고량과 양곡의 상태를 농림부에 보고하고 1개월에 한차례 이상 수시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

또 미곡처리장은 정부양곡보관일지를 작성,점검을 받아야 한다.그러나 문제가 된 Y처리장의 경우 수개월치를 하루에 작성한 흔적이 있는데다 지난 4월 7일 점검 이후 보관일지가 작성조차 되지 않아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 ·군마다 양곡보관창고가 최고 1백여개가 넘어 관리·감독이 허술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주시측은 이들 미곡처리장들에 대해 무인경비업체에 가입을 유도하고 이를 하나로 연결,양곡 유출 때 감지가 돼 서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미곡종합처리장 업자들이 정부양곡 유출상태를 서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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