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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참 기다릴 만하군요 , 슬로 디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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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1 뜨겁고 촉촉한 초콜릿이 숨겨진 퐁당 오 쇼콜라. 만들고 바로 먹어야 맛있다. 2 풍성한 즉석생크림을 덮은 마롱 제노와즈. 3 호떡팬케이크세트. 즉석에서 졸인 캐러멜사과를 곁들인다. 4 타르트 타탕. 갓 구워 패스트리 질감이 살아있다.

음식은 대부분 만든 즉시 먹어야 맛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디저트는 미리 만들어진 것을 진열장에서 골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 주문 받으면 만들기 시작하는 일명 즉석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늘었다. 보통 ‘즉석’이 붙으면 쉽고 빠른 것을 뜻하지만 즉석디저트는 오히려 디저트계의 ‘슬로푸드’다. 주문 후 최소 10분, 보통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로디저트를 찾는다.

그 이유를 물어봤다. 서울 홍대 앞 ‘빵빵빵 파리’에서 만난 전선화(26·서울 천호동)씨는 “만들자마자 먹으니 신선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웬만한 슬로 디저트는 테이크아웃이 불가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즉석디저트카페 ‘WE’. 테일러 스탈(33·미국)은 “만드는 모습을 보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캐러멜사과를 곁들인 호떡을 맛있게 먹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진 디저트를 기다려 먹는 광경이 흔치 않았다. ‘빵빵빵 파리’ 양진숙(32) 사장은 “삶의 여유가 생겼고 기대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학파 파티셰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설명한다.

요즘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슬로 디저트로 인기 있는 것들은 이렇다.

퐁당 오 쇼콜라 초콜릿에 버터·설탕·달걀·밀가루를 섞어 구운 것으로 언뜻 보기엔 평범한 컵케이크다. 그런데 살짝 찔러보면 뜨거운 초콜릿이 화산처럼 터져 나온다.

크렘 브륄레 껍데기가 있는 푸딩이다. 차가운 계란 푸딩 위에 설탕을 뿌려 센 불로 그을리면 추억의 과자 ‘뽑기’ 냄새가 퍼지며 얇은 껍데기가 생긴다. 영화 ‘아멜리에’ 속 주인공처럼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 ‘쫙’ 하고 금이 간다.

패스트리류 특유의 바삭한 질감이 살아 있어서 인기다. 홍대 앞 ‘가또에마미’에선 갓 구워낸 패스트리 위에 따뜻한 사과조림을 올려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는다.

일본풍 즉석디저트 홍대 앞 ‘우라라카페’엔 마롱 제노와즈가 있다. 폭신한 케이크 시트 위에 즉석에서 만든 생크림을 덮고 럼주에 절인 밤을 꽂는다.

한국식 슬로디저트 가로수길 ‘WE’의 20분 기다려 먹는 호떡이 대표적이다. 주문 받을 때마다 식용유부터 새로 붓고 굽는다. 메이플 시럽과 견과류를 뿌리고 사과조림, 인절미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호떡은 길거리 호떡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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