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천안함 침몰] 악조건 속 필사의 구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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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군용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았다. 해상엔 20여 척에 달하는 군함이 비상대기하고 있었다. 군함 밑으론 고무보트에 몸을 실은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쏜살같이 오갔다. 전쟁터 그대로였다. 다른 게 있다면 총성과 포성 대신 생환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흐느낌과 절규가 가득했다. 29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 앞 천안함 실종자 수색 현장 모습이다.

오후 1시20분, 해군 소속 43t급 YF 항만 수송정에 몸을 실은 지 30여 분 만에 천안함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파고는 1~1.5m 정도로 잔잔했지만 갑판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해저 조류 속도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수송정이 백령도 서남방 2.9㎞ 해상에 들어서자 붉은색 점이 눈에 들어왔다. 28일 기뢰제거함 옹진함이 확인한 천안함 함미에 연결된 부표다. 실종 장병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함미는 부표에서 45m 아래의 차가운 바닷속에 묻혀 있다.

부표 바로 옆에는 배 앞뒤로 기중기를 달고 있는 3000t급 구난함 광양함이 해상에 정박해 있었다. SSU 대원들이 머무는 곳이다. 광양함 왼쪽으로는 실종자 가족 18명이 승선해 있는 성남함이 눈에 들어왔다. 갑판에는 실종자 가족 10여 명이 갑판에 나와 절규하는 눈빛으로 구조상황을 지켜봤다. 사고 현장 주변으로 해군·해경 소속 고속정들은 바다에 떠오르는 부유물을 수거하고 있었다. 해저 함미 위치를 확인한 기뢰제거함 옹진함과 상륙함인 성인봉함도 정박해 있었다. 해저 조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후 1시40분. 부표 옆으로 SSU 고무보트 6척이 모여 들었다. 오후 2시를 전후해 20여 분 동안 해저 조류 속도가 느려지는 때를 이용해 함미 수색작업을 위해서다.

어른 몸통 크기만 한 산소통을 등에 진 구조대원 30여 명이 해상에 대기했다. 구조대원들은 한 번에 2명씩 짝을 지어 교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입수한 대원들은 평균 10여 분 정도씩 탐색을 하고 물 위로 올라왔다. 해저 시계가 20cm도 확보되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 가며 탐색했다고 해군 측은 설명했다. 민간인들도 구조작업에 합류했다. 현장에는 170여 척의 어선이 해군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즉각 현장에 투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돕고 있는 민간 잠수사들에게도 최대한 협조하고, 이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령도=강기헌·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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