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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에셜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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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도청 시스템으로 알려진 '에셜론' 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29일 전화.팩스.e-메일로 오가는 기업 정보가 에셜론에 도청되지 않도록 유럽의 기업들은 정보를 암호화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만든 유럽의회의 '에셜론 특별위원회' 는 이날 9개월 동안의 조사에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이 수십년간 공동으로 에셜론을 운영해 왔으며, 유럽 기업의 정보가 이를 통해 미국의 수출 관련 기구로 넘겨진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이 에셜론에 대항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보수집망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EU가 신속대응군을 창설해 미국이 이끌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한 방위체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미국의 정보망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보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에셜론의 산업스파이 혐의를 부인하며 유럽의 정보 공개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달 초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이 미국을 방문한 유럽의회의 에셜론 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면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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