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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발전기금 선심 잔치… 92개 단체에 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방송발전기금은 '봉(鳳)' 인가.

언론.문화예술단체들이 방송위원회(위원장 金政起)가 운용하는 한해 1천여억원의 방송발전기금에 눈독을 들여 각종 명목으로 기금을 받아쓰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는 자금배분에 대한 뚜렷한 원칙이 없어 '쌈짓돈 내주듯 선심 쓴다' 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책정된 방송발전기금은 1천3백56억원으로 92개 단체 지원금과 방송위 운영비 등으로 쓰인다. 지난해의 1천2백50억원(65개 단체)보다 1백억원 이상 늘었다.

방송위가 지난 4월 2002년도 지원 희망단체를 접수한 결과 86개 단체가 2천4백억원을 신청했다. 여기에는 소비자보호원.시민방송.새마을문고중앙회.한국도서관협회.광주비엔날레 등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많은 단체가 손을 벌리는 것은 방송법이 방송 및 문화.예술 진흥사업과 시청자 활동사업 등으로 지원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단체들까지 혜택을 받고 있다.

선문대 황근(黃懃.신문방송학)교수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돼야 할 친목단체나 사적(私的) 성격이 강한 단체들이 기금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작가협회.방송PD연합회.성우협회 등 방송단체와 기자협회.전문신문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21세기 언론연구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언론 관련 단체, 토지문화재단.창무예술원.정동극장 등 문예단체를 예로 들었다.

일부 단체는 인건비를 포함한 일반관리비와 비품구입.환경세미나 등에까지 기금을 쓰고 있다.

한양대 김재범(金宰範.신문방송학)교수는 "힘있는 단체, 방송위원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단체가 상당수 들어 있다. 기금 배정의 원칙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 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공익자금 시절부터 지원받고 있는 단체를 갑자기 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 밝혔다.

선심성.나눠주기식 지원은 시청자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방송위는 지난해 28개, 올해 24개의 시청자단체에 기금을 배정했다. 그러나 지원액은 6억3천만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줄었으며 12개 지역시청자 단체의 평균 지원금은 9백40만원에 불과하다. 모니터 비용으로도 부족한 돈을 개별 단체에 주는 대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송 관련 시설 등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1백49억2천만원의 기금을 받은 데 이어 올해 2백11억원을 받았다. 기금 운용의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기관이 스스로에게 돈을 배분하는 것이다. 특히 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가 정부 예산이 아닌 기금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문제다.

이에 대해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외부인사 9명을 포함한 10명으로 구성된 기금관리위원회가 지원대상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업무의 공정성을 위해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규정된 만큼 국고에서 급여를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방송발전기금=지상파 방송사가 내는 광고매출액의 5.5%(KBS와 교육방송은 3.67%)가 기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부터는 종합유선방송사는 매출액의6% 이내, 홈쇼핑채널 사업자는 방송 관련 영업이익의 15% 이내에서 기금을 내야 한다.

방송사업자가 새로 사업을 허가받을 때 내는 출연금, 방송법 위반시 부과되는 과징금도 기금에 포함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81년부터 공익자금으로 관리해 오다 지난해 새 방송법 시행과 함께 방송위원회가 넘겨받으면서 방송발전기금으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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