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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3년 넘게 끌어온 나치 노역 보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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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독일 연방하원이 5월 30일 나치 강제노역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마무리함에 따라 강제노역자 보상이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이로써 독일은 3년 넘게 끌어온 강제노역자에 대한 보상문제를 해결, 나치 패망 56년만에 과거를 완전히 청산할 수 있게 됐다.

독일 하원은 이날 압도적 표차로 독일 기업들에 대한 강제노역 개별소송 면제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1백50만명에 달하는 강제노역자 중 1차로 7만명이 6월 중순부터 보상을 받게된다.

이들은 독일정부.기업공동기금에서 보상금을 받는 대신 개별기업을 상대로 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보상액수는 등급에 따라 5천마르크(약 3백만원)~1만5천마르크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서류작업이 완료된 폴란드와 체코의 노역자들이 가장 먼저 보상을 받게 되며, 국내 신청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노역자들은 내년에 보상받게 된다.

이에 대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는 독일이 과거의 끔찍한 범죄를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 라고 말했고, 보상문제 특사인 오토 그라프 람스도르프 전 자민당 총재는 "이번 보상은 독일역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 대한 금전적 마침표일 뿐 도덕적 마침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고 말했다.

나치의 강제노역자에 대한 보상문제는 1998년 3월 강제노역자들이 개별적으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98년 총선에서 승리한 슈뢰더 총리가 독일 정부와 재계가 공동재단을 만들어 보상하겠다고 천명했고, 지난해 7월엔 정부와 관련기업이 1백억마르크(약 6억원)를 출연해 이른바 '연방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설립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개별 소송이 걸림돌이었다. 독일 기업들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상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추가 보상을 해야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별소송을 심리한 미국의 셜리 크램 판사가 지난 3월에 이어 5월에도 이를 기각, 걸림돌이 제거됐다. 독일의 이번 조치는 일제 강제 징용자 보상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일본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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