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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IT업체 전문인력 못구해 어려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부산 IT(정보기술)업체들이 전문인력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 전문 인력을 배출할 교육기관이 크게 모자라 대학전공자들도 서울 등에서 교육받은 뒤 수도권 기업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반을 다져나가는 부산 업체들은 인력부족으로 개발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곤란을 겪고 있다.

◇ 실태=기업간 전자상거래(B2B)솔루션 개발업체인 I사는 일본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에 3~4 명의 전문인력 공개채용에 나섰다. 그러나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 기초단계의 실력밖에 갖추지 못해 채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정밀 모터제어분야인 O사도 추가 연구인력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아직 인력을 못 구하고 있다. 정보통신장비업체인 T사는 연내 새 개발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유.무선 솔루션 개발업체인 B사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개발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최근 본사는 부산에 그대로 두고 연구소를 서울로 옮겼다.

IT업체 관계자들은 "IT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부산에는 IT관련 인력이 절대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 수준을 갖추지 못해 구인에 어려움이 많다" 고 토로하고 있다.

아이유텍 박창영(朴倉瑩)이사는 "부산에서 당장 필요한 IT전문 인력은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며 "실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가 힘들고 갓 배운 사람은 믿을 수 없어 채용을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원인=IT핵심기술을 다루는 고급인력 교육기관이 부산에는 4곳밖에 없다. 수요에 비해 교육기관이 모자라다 보니 기관마다 수강생이 넘친다. 수강하기 위해 3개월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정부의 IT 교육사업 지원도 열악하다.

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전국 65개 IT전문교육(일반 IT분야)과정을 선정한 결과 부산은 부산정보대 등 2곳만 배정됐다. 서울 34곳, 전남(광주 포함)14곳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전문 강사도 턱없이 부족해 서울에서 어렵게 모셔오고 있다.

부산상의는 지난 15일 부산.경남권에서 처음으로 IT분야 고급과정을 개설하면서 지역에서 강사진을 못 구해 수도권 지역 강사를 출장강의식으로 초빙했다. 서울지역 강사는 1~2년 경력자 연봉이 5천 만원 선을 넘어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부산 IT 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대책=부산시 관계자는 "우선 부산소프트웨어지원센터 등이 IT인력 수급 현황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며 "그래야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거나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학 전공자들의 외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정책개발실 주수현(朱修賢)박사는 "부산지역 대학전공자들은 서울의 우수 전문기관을 찾아 교육을 받은 뒤 수도권 업체로 들어간다" 며 "부산 IT산업 발전을 위해 이들을 부산에 눌러앉게 할 방안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대학 IT교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C학원 관계자는 "대학졸업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체계적이지 못할 뿐더러 급변하는 신기술 분야에 약해 수강생 대부분 새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 고 밝혔다.

사진=김관종 기자

글=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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