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태풍’ … IT·자동차, 자산주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주식시장에 곧 태풍이 몰아칠 태세다. 태풍의 눈은 국제회계기준(IFRS)이다. 모든 상장사가 IFRS를 도입해야 하는 건 내년부터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그룹 소속사 등 굵직한 기업들이 올 1분기 실적 발표부터 이를 적용한다. 이들 기업이 증시에 미치는 파괴력을 감안할 때 일찌감치 증시에도 ‘IFRS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예측이다.

신한금융투자 김동준 연구원은 “IFRS 도입 후 과거 실적과의 비교 등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어 투자자들은 보다 세심하게 회계자료를 살펴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자회사 많은 기업 주목=회계기준이 바뀌고 난 뒤 가장 눈에 띌 변화는 해당 기업과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종합한 ‘연결 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결 대상이 아니었던 소규모 자회사나 특수목적회사(SPC) 등도 연결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의 성과를 대표하는 잣대도 개별 기업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에서 연결 재무제표의 영업이익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 신일평 연구원은 “IFRS의 개별 재무제표를 봐선 기업성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연결 영업이익을 눈여겨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자회사를 많이 둔 회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른바 ‘연결 실적 우량주’다. 해외 우량 자회사나 비상장 자회사 등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꼽힌다. 김동준 연구원은 “해외 진출법인의 투자성과가 가시화될 삼성전자·LG전자,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성공한 현대·기아차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가진 자산의 가치를 매기는 방식도 변한다. 기존에는 취득 당시의 원가가 기준이었지만, IFRS에서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시가(공정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땅이나 건물의 가격이 크게 뛰었을 경우 이를 시가로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줄고, 자기자본비율은 늘어 재무구조가 좋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올해 미리 자산재평가를 한 한국전력과 롯데쇼핑의 경우 각각 11조3000억원, 3조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평가차익이 생겼다. 앞으로 자산을 많이 가진 기업이나 주가 대비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IT 맑음, 건설 흐림=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자동차 등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거론된다. 연결 재무제표가 중심에 서고, 연결할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돋보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성주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화로 당장 현금 흐름 등이 변하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이들 기업이 가진 장점이 보다 분명하게 회계장부에 반영돼 그간의 ‘주가 할인 요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건설·조선 업종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대규모 선박과 공사를 수주한 경우 기존에는 작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이나 이익을 매년 반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공한 해에 한꺼번에 이익을 잡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 중엔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해마다 손익이 급격히 변동할 위험도 있다.

은행업종은 긍정적·부정적 요소가 섞여 있다. 은행 이익을 갉아먹던 대손충당금 부담은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충당금을 쌓는 기준이 미래 예상 손실이지만 IFRS에서는 현재 발생한 손실이다. 하지만 SPC가 연결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부정적이다. 종전처럼 SPC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떨어내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조민근 기자

◆국제회계기준=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돼 만든 회계기준이다. 2000년 부실 회계 사건인 미국 엔론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미국식 회계기준의 대안으로 채택하면서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징은 ▶세세한 규정보다는 원칙 중심 ▶경제적 실질 반영 ▶연결 재무제표 중심 ▶공정가치 평가 확대 등이다. 2011년에는 전 세계 150여 개국이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