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함 침몰, 외부 충격? 내부 폭발? 휘어진 철판 방향이 사건 규명 열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부 폭발이냐,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폭발이냐. 천안함 침몰이 엄청난 규모의 폭발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부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향방에 따라 정부의 대응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부 폭발은 북한 해군의 도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함정 내부 폭발인지 외부 폭발인지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장 확인이다. 두 동강 나 침몰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의 잘린 부분에 생긴 파공(구멍)의 철판 방향을 보면 의문점이 밝혀진다. 철판이 천안함 안쪽으로 휘어졌으면 외부 공격이 원인이다. 철판이 바깥으로 휘어졌으면 내부 폭발이다.

외부에서 천안함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은 어뢰와 기뢰다. 어뢰는 북한의 잠수함 및 반잠수정과 수상함(북한의 어뢰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무기다. 북한이 보유한 구경 533㎜의 어뢰로 군함을 맞히면 치명상을 준다. 백령도 부근에서 이 어뢰를 사용할 수 있는 함정은 유고급 및 상어급 잠수함과 반잠수정, 어뢰정 등이다. 그러나 어뢰정은 바다 위에 떠 있어 금세 노출되기 때문에 천안함에 접근할 수가 없다. 잠수함과 반잠수정은 북방한계선(NLL)에 가까운 백령도 부근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북한은 특히 어뢰 1발을 장착할 수 있는 반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침몰 해역의 수심이 24m로 얕지만 10∼20m 물 아래에서 충분히 작전할 수 있다는 게 해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럴 경우 천안함 레이더엔 포착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해역은 북한과 가까워 대잠 초계활동도 할 수 없는 곳이다. 수심이 얕아 잡음이 생기는 바람에 천안함의 음파탐지기(소나)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반잠수정이 몰래 다가와 어뢰를 발사한 뒤 빠르게 북쪽으로 달아나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천안함의 침몰 모습이 어뢰에 맞은 것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외부 폭발일 경우 기뢰에 의한 충격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잠수함이 우리 해군 초계함이 자주 드나드는 백령도 및 대청도 남쪽 해상에 기뢰를 부설해 두었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폭발 시한을 맞춰놓은 기뢰는 함정의 스크루에서 나오는 소리와 선체의 자성 등으로 표적을 감지한다. 김학송(한나라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28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측 수역에 뿌려놓은 기뢰가 사고 해역에 흘러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내부 폭발의 경우 천안함 탑재 폭뢰의 폭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폭뢰는 천안함의 함미 갑판에 단단한 강철 로프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폭뢰는 일정 수심 등에서 터진다. 그렇지 않으면 망치로 때려도 폭발하지 않는다. 또 갑판 위의 폭뢰가 터졌으면 워낙 폭발력이 큰 만큼 승조원과 백령도 주민들한테 들려야 한다. 그러나 생존자 가운데 폭뢰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은 없었다.

내부 폭발로 천안함의 앞뒤 2곳에 장착된 76㎜ 함포의 탄약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군 관계자는 “함포탄이 폭발했다면 화약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화약 냄새는 없었고 기름 냄새만 났다고 말했다. 함정의 밑바닥에 깔린 기름에서 올라온 기름 증기가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반웅(해사 26기) 전 해군 7전단장은 “기름 증기가 전기스파크로 폭발해도 화염이 잠시 지나갈 뿐 더 이상 영향은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전단장은 “기름 증기 폭발로 천안함의 기름 탱크가 터졌으면 폭발 규모가 훨씬 크고 엄청난 화염이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안함이 침몰할 당시 화염이나 연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실종자(46명) ▶원사 이창기 ▶상사 최한권 남기훈 ▶중사 김태석 박경수 문규석 강 준 김경수 박석원 안경환 신선준 김종헌 최정환 민평기 정종율 ▶하사 임재엽 문영욱 손수민 이상준 심영빈 장진선 조정규 서승원 방일민 박성균 조진영 서대호 차균석 김동진 박보람 ▶병장 이상희 이용상 이재민 강현구 이상민 이상민 ▶상병 정범구 김선명 박정훈 안동엽 ▶일병 강태민 김선호 조지훈 나현민 ▶이병 정태준 장철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