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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무역진흥회 하타케야마 노보루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중국산 농산물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일본의 통상정책 흐름이 보호주의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

일본무역진흥회(JETRO)의 하타케야마 노보루(65)이사장은 최근 도쿄(東京)의 외국특파원을 불러 회견을 하고 일본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한국이나 중국의 인식은 실상과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중국산 3개 농산물에 대해 내린 세이프가드는 잠정조치일 뿐이므로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기조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일본은 최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일부 한국산 공산품에 대해서도 덤핑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중국산 파.표고버섯.왕골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발동요건에 맞았기 때문이다. 이들 품목의 수입급증이 일본의 관련산업에 중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 그러나 이것도 2백일간의 잠정조치다.

금액도 전체 무역량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것만으로 일본 통상정책의 변화를 말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일본은 그동안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

- 일본은 한국.싱가포르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이프가드로 수입을 규제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세이프가드의 기본정신은 세이프가드 기간 중 구조개선을 추진하라는 데 있다. 구조개선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세이프가드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2백일간이므로 그동안 일본의 관련산업이 구조개선을 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흔히 '구조개혁 없이는 경기회복은 없다' 고 말하는 것처럼 '구조개혁 없이는 세이프가드는 없다' 는 말도 성립한다. "

- 한국.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조사.감시활동이 강화되고 있지 않는가.

"무역규모가 커지면 작은 마찰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의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통산성에서의 오랜 경험상 보호받는 산업은 약해지게 마련이다. 특정산업을 망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정부가 보호해 주는 것이다. "

- 중국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가. 한국이 약속했던 중국산 마늘의 수입량을 채우지 않자 중국은 최근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잠정적인 세이프가드 조치 기간 중에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없게 돼 있다. 한국과 중국간에 '마늘전쟁' 이 일어난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1백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으나 일본에 대해서는 2백억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일본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다. "

- 얼마전 2001년도 통상백서는 일본이 중심이 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이끌고 가는 이른바 '기러기행렬(雁行)' 식의 경제구조가 중국의 대두로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비중이 계속 작아질 것으로 보나.

"중국의 경제발전은 일본경제에 대한 자극이자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일본이 혼자 독주하면 해이해져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자의 출현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과거처럼 일본이 기러기행렬을 앞에서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아시아에서 대경쟁시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

- 중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낙관적인 시각도 많지만 앞으로 꽤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중국의 수출상대국의 관세는 변함이 없지만 중국의 관세는 국제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WTO 가입 직후 당분간 중국 입장에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산성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중국 국영기업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개방과 함께 개혁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국 지도자들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이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의 부담도 클 것이라는 말이다. "

도쿄=남윤호 특파원

◇ 노보루 이사장 약력〓▶1936년 도쿄 출생 ▶59년 도쿄대 법대 졸업, 통산성 입성▶80년 총리 비서관▶86년 통산성 무역국장▶89년 통상정책국장▶91년 통상산업심의관▶98년 이후 JETRO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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