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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천안함 참사 원인 모든 가능성 열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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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천안함의 무게(1200t)와 크기(길이 약 89m, 폭 10m, 높이 25m), 겨울의 해상 조건, 그리고 섬 사이의 강한 조류 등을 고려할 때, 정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과, 초계함장을 포함한 34년간의 군 경험 및 국방대에서의 연구 등을 토대로 참사 원인을 분석하면 이렇다. 먼저 우리 측 문제일 수 있는 가능성으로 함 자체의 폭발이다. 함정에는 여러 가지 인화성 물질과 폭발물(탄약·어뢰·폭뢰·미사일 등)을 적재하기 때문에 화재, 전기 누전, 유증기 등으로 인해 인화성 물질에 불길이 닿으면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북한과 연계되거나 내부의 불순분자가 화재나 폭발물에 급조폭약(IED)을 부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암초에 충돌했을 가능성이다. 당시 천안함의 위치는 섬과 너무 근접해 있어 암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충돌해도 선체가 암초에 얹히기 때문에 쉽게 침몰될 수 없고, 함미 부분이 먼저 쪼개질 수도 없어 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개입 가능성으론 잠수정을 이용한 어뢰와 기뢰 부설, 혹은 지나가는 선박(상선)을 이용했을 경우다. 북한은 대청해전의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 함정이 섬에 근접해 작전하는 패턴을 미리 파악한 후 북한 잠수정이 섬 근처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함미 쪽으로 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 함미 쪽으로 어뢰가 접근하면, 스크루 소음으로 인해 함정의 소나는 어뢰가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청음효과를 식별할 수 없다. 둘째, 북한이 기뢰 부설 훈련을 했다는 점과 순간적으로 선체가 쪼개질 정도의 파괴력을 고려하면, 기뢰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뢰는 발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음향·자기·압력·감응·복합 등)가 있다. 특히 해저에 앵커를 심고 중간 수심에 부설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뢰는 함의 중간과 함미 쪽에서도 폭발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이 지나가는 선박이나 잠수정을 이용하여 미사일을 함미에 발사해 폭발시켰을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천안함 주위를 통과한 북한 선박과 잠수정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해 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폭발 시 드러난 파공 철판의 휘어진 방향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그 후폭풍은 매우 거셀 것이다. 그 때문에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면서도 철저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만 해군이 고속정이 아닌 초계함 수준의 함선을 섬에 너무 근접시켜 운항하는 바람에 방어상 취약점을 노출시킨 점, 폭발음이 발생하고 완전 침몰될 때까지 3시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6명의 실종자가 났다는 점은 아쉽다.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진행사항을 사실대로 신속하게 알리면서 실종자 가족이 두 번 상처 받지 않도록 마음속으로부터의 위로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해군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취약점을 보강하여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군은 정형화된 경비작전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방부는 어떠한 상황에도 장병들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 사고를 배양하기 위해 평시 장병들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참사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국민의 군에 대한 우려와 안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태준 전 국방대 교수(초계함 함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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