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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조각가 박은선전 6월1일~12일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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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최소한(minimal)의 형태와 무한을 향한 공간확장. 이는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20세기 현대조각가들의 공통과제였다.

브랑쿠시가 확립한 이같은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가가 박은선(36)이다. 그의 초대전이 오는 1~12일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02-549-7574)과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 동시에 열린다.

작가는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이탈리아로 유학,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줄곧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는 97년 이래 4년 만의 국내전. 9년째 계속 중인 '무한기둥' 연작 30여점을 보여준다. 원기둥과 공이라는 기하학적 형태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결합한 미니멀한 추상조각들이다. 반복되는 단순한 형태들은 그 연속성으로 인해 공간을 확장해가는 효과를 가져온다. 제목의 '무한' 이란 표현은 이래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의 근작은 상단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수직 원기둥에 구체를 몇개 덧붙이기도 하고 공이 독립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작품들은 모두 일부 표면이 깨어져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 대리석의 매끄러운 표면과 갈라진 거친 틈은 서로 대비되면서 독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기본 단위로 쓰이는 원기둥과 공은 흰색과 회색.황색 등 색이 다른 두개의 대리석 원판을 번갈아 붙여 만들었다.

"대학시절 땅속의 하수관이 파헤쳐져 노출된 것을 보고 자신의 임무를 다한 사물의 의미와 형태, 특히 원기둥에 관심을 갖게 됐다" 는 박씨는 원판을 쌓아 기둥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 "아이가 무언가를 계속 쌓아올리며 노는 것을 보고 이게 바로 인간의 본능이구나 라고 느끼게 된 데서 시작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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