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 지역통합 운동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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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역 통합의 바람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종족 분쟁으로 나라간 반목이 심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통합 운동은 세계화의 조류에서 소외된 아프리카 국가들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세계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 '하나의 아프리카' 운동=53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이 오랜 논의 끝에 26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창설됐다. 유럽연합(EU)을 본뜬 AU는 기존의 아프리카통일기구(OAU)를 발전적으로 대체한 기구다.

1963년 설립된 OAU는 역내 무역 자유화 등 아프리카 대륙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 왔지만 각 회원국의 내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때문에 지역 분쟁이나 종족 학살 등 정치적 문제의 해결에는 무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AU는 의회와 정부격인 집행기구, 사법기구 및 단일통화 창설을 통해 '하나의 아프리카' 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AU의 출범에는 '아프리카 합중국' 설립을 제안, 지역통합 논의를 촉발시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의 역할이 컸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논의를 거듭하며 카다피의 급진적인 구상을 완화해 아프리카 연합 창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OAU 53개국 중 3분의 2가 넘는 36개국이 AU 헌장을 비준한 상태다.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선택은 세계화의 압력에 맞서 단결하거나 영원히 지구촌의 변방에 머무르며 안주하는 것밖에 없다" 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비관론 대두=하지만 아프리카 통합에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다.

무엇보다 장기간 내전과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나라별 사정이 통합 논의에 본격 가담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이 전체적으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나마 국가간 경제력의 편차가 크다는 것도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 지역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대륙내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다양한 종족간 분규가 끊이지 않아 단일 아프리카를 지향하는 꿈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령 서아프리카제국 경제공동체(Ecowas)의 중심국가인 나이지리아는 서부아프리카 지역만의 단일통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 남부 지역에서는 남아공과 짐바브웨가 지역내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 이해관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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