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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신지애를 한 조로 묶은 J골프의 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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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호 08면

미셸 위(왼쪽)와 신지애는 KIA 클래식 1라운드에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AP=연합뉴스]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 리조트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 프리젠티드 바이 J골프 2라운드에서 상위 8명 선수는 모두 한국, 혹은 한국계였다. 선두는 놀랍게도 KLPGA 투어 소속의 서희경(하이트)이었다. 서희경은 “KLPGA 투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LPGA 투어에서 경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최고 선수지만 LPGA 투어에 출전할 자격은 없다. 서희경은 대회 후원사인 J골프가 LPGA 투어로부터 얻어낸 출전권으로 나와 돌풍을 일으켰다.

2위는 김인경, 공동 3위는 미셸 위와 김송희·이선화·비키 허스트다. 허스트는 미국인이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다른 혼혈 선수들과 달리 한국 정서가 강하다. 공동 6위는 이지영과 민나온이다.

LPGA 투어에서 전례 없는 싹쓸이다. 골프 전문 케이블 채널인 J골프도 한국 골프 시장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J골프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5년간 LPGA 투어 중계권을 획득했다.

J골프의 역전은 전조가 있었다. 2007년 J골프는 KLPGA의 주관방송사 계약을 체결했다. J골프가 맡은 뒤 KLPGA 투어는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국내 남자 투어를 넘어섰다. KLPGA의 도약은 신지애·서희경 등 스타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스포츠 리그의 흥망성쇠의 열쇠는 중계 방송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정설이다.

미국의 3월을 광란으로 뒤흔드는 미국 대학농구 65강 토너먼트는 CBS라는 방송사가 키운 것이다. J골프는 올해 LPGA 투어 이외에도 KGT(전 KPGA)의 주관 방송사로 자리를 잡았다. 개국 6년 만에 J골프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메이저 골프 방송사가 됐다. 박세리 이후 12년 만에 상전벽해가 된 한국 골프처럼 J골프의 상승세도 기적적인 일이다.

주역은 중앙일보 전략기획 및 방송본부 기획조정담당 홍정도(33·사진) 상무다. J골프의 전략을 지휘하는 그는 KIA 클래식을 앞두고 LPGA 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와 오찬 회동에서 “신지애와 미셸 위의 대결이 한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LPGA 투어는 홍 상무의 말대로 신지애와 미셸 위를 1, 2라운드 한 조에서 경기하게 했다.

LPGA 투어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1,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판스타이자 라이벌이 한 조에서 경기하면 두 선수 중 한 명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성적으로 봤을 때 신지애-미셸 위의 대결에선 미셸 위가 흔들릴 위험이 더 크다. 그럴 경우 미국 내 LPGA 투어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듣는 마이크 완 LPGA 투어 신임 커미셔너는 중계권자인 J골프의 손을 들어줬다. J골프가 KIA자동차라는 스폰서를 유치했고 또 다른 LPGA 투어의 스폰서가 될 한국의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가 깊기 때문이다.

홍 상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10년 차세대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로 선정됐다. 미셸 리 미국 워싱턴DC 교육감, 트위터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에반 윌리엄스 등과 함께다. 한국에서는 그가 유일한 수상자다. 미국 웨슬리언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받고 액센추어에서 근무한 그는 미국 골프채널의 KIA 클래식 중계방송에 출연, 유창한 영어로 “시청자 여러분께 최고의 경기를 보여 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홍 상무는 “LPGA 투어 중계에 한국 선수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선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내 한국인 방송인 TVK와 제휴를 맺고 한국 선수들을 따로 촬영하게 했다. 또 박세리는 LPGA 투어의 주요 선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MC로 나서고 중계방송에서는 코스 공략 전략을 소개한다. KIA 클래식 3라운드는 28일 오전 7시30분부터, 4라운드는 29일 오전 8시부터 J골프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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