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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실에 갇혀 있다 누군가 망치로 문 부숴 살아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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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호 03면

한 실종자 가족이 27일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27일 오후 5시25분 경기도 평택항 근처 해군2함대사령부 강당에 섰다.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이다. 강당은 실종자 가족과 친인척 등 200여 명과 취재진 5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앞서 있었던 사고와 구조 계획 설명회가 부실하자 “기자들도 함께 브리핑을 듣게 해야 한다”고 요청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3·26 해군 초계함 침몰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전하는 사고 순간

최 함장은 사과부터 했다. “가족 같은 장병들을 챙기지 못하고 혼자 살아 남아 책임을 통감한다.” 고개를 숙이는 함장에게 가족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최 함장은 “26일 밤 9시25분쯤 함장실에 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충돌과 함께 선체가 오른쪽에 기울었다. 폭발과 동시에 내 몸이 50㎝가량 날아 올랐다. 그리고 나서 책상 밑에 깔렸다. 이후 발전통신 모든 교신수단이 두절됐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그는 사고원인에 대해 “내부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인양 후 진상조사를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반파돼 배 반쪽이 없어진 상태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사항이다”고 했다. 그는 “폭발음이 난 다음 암흑상황이었고 함장실에 갇혀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망치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 구조됐다”고 했다. 그는 “함장실에 갇혀 있다가 구조돼 올라와보니 배의 후미가 잘려 나가 보이지 않았다”고 “이후 생존자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했다. 폭발 원인과 관련해서는 “화약 냄새가 아니고 기름 냄새가 났는데 이는 침몰하면서 유류탱크에서 난 듯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 중에 장교들만 모두 생존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배의 구조를 설명했다. “함정 지휘소가 모두 함수에 위치해 있다. 함교나 전투상황실은 모두 배 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장교들 모두 살아남았다. 사고 후 함장실에서 올라와 줄과 로프, 소화호스까지 이용해 마지막까지 남은 승조원을 끌어올리고 이함했다. 함장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이어 배가 낡아 일어난 사고가 아닌지, 전에도 세 차례 바닥에서 물이 스며들어 수리했다는데 맞느냐, 배가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느냐 질문이 쏟아졌다. 최 함장은 “그런 적 없다. 이번 작전에 나갈 때 모든 장비와 선체에 문제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폭발음을 듣고 보니 선체 후미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27일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안보교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침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땀을 닦고 있다. 평택=최정동 기자

30여 분간 최 함장의 설명과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동안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함장이 부끄럽게 살아돌아와서 뭐라고 말하는 것이냐.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냐. 책임져라”는 고함과 절규가 이어졌다. 최 함장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5시50분쯤 최 함장이 브리핑을 마친 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부대를 빠져 나가려는 순간, 흥분한 가족들이 차를 에워쌌다. 최 함장이 탄 차는 앞뒤로 여러 차례 왔다갔다한 끝에 간신히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국회 국방위에서는 합동참모본부 이기식(해군 준장) 정보작전처장이 나와 최 함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다. 이 처장은 “폭발음과 동시에 정전이 돼 통신이 끊겨 함장이 휴대전화로 보고를 했다”며 “배의 60% 정도가 침몰하는 데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실종자 대부분이 (침몰된 함정의) 격실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아직 바다에서 사람을 구조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어뢰 공격과 같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 함선 내 탄약이나 유류 폭발과 같은 내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해도(海圖)상 (사고 지역에) 암초가 없고, 함선이 암초에 부딪히더라도 침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암초에 부딪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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