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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포상 교통위반 통지서 사생활 침해 불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도대체 이렇게 동승자까지 마구 드러내도 되는 건지…. "

지난 2주간 집으로 배달된 아홉건의 교통위반 범칙금 통지서를 들고 24일 확인차 서울의 관할 경찰서를 찾은 朴모(43)씨가 터뜨린 불만이다.

통지서에 인쇄된 위반 장면 사진 중 옆에 탄 사람의 얼굴 형체가 드러나는 몇개를 그는 몹시 불쾌해 했다.

그는 "내가 몇시 몇분에 누구와 뭘 하고 다니는지 사생활이 다 노출된 느낌" 이라며 "최소한 옆좌석만은 가리고 보내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아야 한다" 고 따졌다.

실시 두달새 72만3천여건이 신고된 교통위반 사진 신고포상제. 교통사고 감소라는 긍정적 측면 뒤에 사생활 침해 논란도 한창이다.

전문 '파파라치' 들이 망원렌즈 등으로 찍은 사진이 동승자를 가리지 않은 채 범칙금 통지서에 인쇄돼 위반자 집에 우송되기 때문이다.

◇ 초상권 침해 시비=통지서에 인쇄되는 위반 장면 사진은 가로 5㎝, 세로 4.5㎝다. 경찰이 직접 하는 속도위반 무인단속 통지서 사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소형이다.

그러나 동승자 부분을 회색 사각형으로 가려 보내는 무인단속 사진과는 달리 원본대로 인쇄돼 탑승자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일이 잦다.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접수된 파파라치가 신고한 사진 2백여건 중 70% 정도가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 업무용 차량은 측면의 상호.전화번호를 알아볼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건수(약 10만건)가 신고된 서울 강남서의 담당 경관은 "관련 민원인 중 상당수가 자기 얼굴이 나온 데 대해 '초상권 침해' 라며 항의한다" 고 말했다.

◇ 협박용으로 악용=23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회사 앞에서 불법 U턴 차량 2백여대를 촬영한 뒤 "신고하겠다" 며 필름 한장당 3천원씩 받고 판 李모(33.인천시 용종동)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에는 경북 구미에서 같은 수법으로 사진 한장당 5천원을 받고 팔아넘긴 일당 두명이 적발됐다.

경기도 수원에서 유치원 승합차를 운전하는 李모(67)씨는 지난달 중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하는 사진을 찍었다" 는 괴전화를 받았다. 차량에 적힌 유치원 전화번호로 걸어온 거였다.

◇ 논란=경찰청 관계자는 "사진이 작아 운전자나 동승자를 식별하긴 어렵다" 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지법 남부지원 박우종(朴佑宗)판사는 "민.형법은 '타인의 신체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도 금하고 있다" 며 "사진 신고포상제의 경우 공익적 한계와 초상권.사생활 침해 부분이 논란이 된다" 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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