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0 샛별] 트로트 가수로 돌아온 전‘거북이’ 멤버 금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트로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룹 거북이 출신의 가수 금비. 그는 “흥겨운 리듬에다 슬픔과 애환을 녹여 노래하는 게 트로트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다시금 눈가가 촉촉해졌다. 힘겹게 흘렀던 지난 이태가 스쳐가는 듯했다. 그룹 거북이 멤버였던 가수 금비(28)는 “다시 노래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슬픔을 이겨냈다”고 했다. 7년간 거북이에서 활동했던 그는 리더 터틀맨(임성훈)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숨지면서 마이크를 내려놔야 했다. 이후 꼬박 1년을 바깥 출입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너무 소중한 분을 잃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힘들었지만 격려해주는 팬들 덕분에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죠.”

마이크를 다시 움켜쥐면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댄스 음악에서 트로트로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17일 발매한 미니앨범은 트로트로 장르를 바꾼 뒤 내놓은 첫 작품이다. 중독성 짙은 멜로디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콩닥콩닥’을 비롯해 ‘한방’‘보일랑 말랑’등 다채로운 트로트 음악을 선보였다. 정통 트로트에 댄스 리듬을 가미한 새로운 느낌의 트로트라는 뜻에서 ‘엣지 트로트’란 이름이 붙었다.

“트로트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있는 장르잖아요. 서민 대중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젊은 층도 즐길 수 있도록 댄스를 접목한 색다른 느낌의 트로트를 마련했습니다.”

장르 전환에는 호된 훈련이 뒤따랐다. 거북이 시절엔 주로 고음을 맡았던 터라 트로트 특유의 걸걸한 음색을 내기 위해 판소리까지 익혔단다. 그는 “꾸준한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금비만의 트로트 음색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무대가 두렵거나 낯설진 않았을까. 아닌 게 아니라, 그는 21일 SBS 인기가요 무대를 마친 뒤 참았던 눈물을 와락 쏟아냈다. SBS는 거북이 시절 처음으로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던 무대다.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누를 수가 없었어요. 방송국 곳곳에서 오빠(터틀맨)의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함께 노래하던 기억도 나고요. 차근차근 적응해 가야겠죠.”

다음달 2일은 터틀맨 사망 2주기다. 그가 떠난 뒤에도 800여 명이 활동중인 팬 클럽은 이날 추모 모임을 마련했다. 거북이 팬들은 금비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금비의 트로트 데뷔 소식에 가장 먼저 응원 메시지를 보내온 것도 이들이었다.

“팬들이 왜 트로트 택했는지 의아해 하더라고요. 그런데 ‘콩닥콩닥’노래를 듣고 나선 거북이 음악에 트로트 느낌을 더한 것 같다며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그는 여전히 힘들 때면 이태 전 세상을 떠난 터틀맨을 추억한다고 했다. 현재 일본 유학중인 멤버 지이까지 셋이서 자주 갔던 경포대의 풍경이 불쑥불쑥 떠오른단다. “노래 시원하게 잘 부른다”며 자신을 토닥이던 터틀맨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이번 앨범 속지에도 “오빠 그냥 잠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빠 2주기에 음반 들고 찾아가려고요. 거북이 음악이 그랬듯 제 트로트 선율도 위안과 기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