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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물리 실험…머리에 쏙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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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27일 오후 8시 한양대 자연과학대 일반물리 실험실. 축전기 전기용량 측정을 위한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흰 가운을 입은 학생 21명이 3명씩 조를 이뤄 회로 연결에 몰두하고 있다.

"선생님, 여기 두 지점 사이 전위차를 0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항을 변화시키다 보면 전위차가 가장 낮아지는 때가 있어." 조교가 다이얼을 돌려 저항값을 변화시키자 컴퓨터 화면 속 그래프 모양이 변한다. 학생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실험 테이블에서는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회로를 관찰하고 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알았다. 이 회로에 전압이 들어간 게 없잖아."

이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대학생이 아닌 한영외고 1, 2학년생으로, 한양대 자연대의 AP(심화학습)과정을 수강 중이다.

한양대는 한영외고와 협약을 맺고 지난 9월부터 물리학 AP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한양대로 와 2시간여 동안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대학교 1학년 일반물리 수준. 8주간의 물리 과정이 끝나면 화학.생물.통계학 수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양대는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입학할 경우 일정 시험을 거쳐 대학 학점을 부여키로 했다. 현재 1, 2학년 학생들은 AP제도가 도입되는 2006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지금 AP과정을 들어두면 학점 인정이 가능하다. 외국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양대 자연대 김채옥 학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 우수학생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AP과정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시설과 기자재를 개방함으로써 대학의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에 지식을 환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업에 참여한 2학년 궁혜연양은 "책으로만 공부하다 직접 실험기구를 다뤄보니까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인 서승아양도 "고가의 실험 장치를 직접 이용할 수 있어 학습 의욕이 부쩍 높아졌다"고 좋아했다. 한영외고 우동하 국제교육부장은 "학생들이 과학 공부에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내년부터 수강 대상자를 서울 시내 전 고교 재학생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강 인원은 120~200명으로 제한되며 수강료는 무료다.

한애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 대학 진학 땐 학점 인정 AP제 2006년부터 실시

◆ AP제=심화학습 이수인정제(Advanced Placement). 고교생이 대학 등에 개설된 심화학습 과정을 거치면 시험을 거쳐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대학은 우수 학생을 발굴하고 학생은 한결 여유 있게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학년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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