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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위폐… 엔·위안화등 다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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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2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위조 외화 밀반입이 부쩍 늘고 있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공항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서울 명동.이태원 등지에서 위조지폐 유통이 크게 늘었고,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내년엔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위폐가 과거의 달러 위주에서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 등으로 다양화하고 위조 수법도 전문화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 급증하는 위폐=이달 초 인천국제공항 보세구역 내 롯데 면세점에서 1백달러짜리 위폐 두장이 발견됐다. 지난 8일엔 공항 외환은행 환전소에서도 한 여행객이 외화를 환전하던 중 위폐 한장이 적발됐다.

지난 4일 서울의 워커힐 카지노에서는 파키스탄인 관광객이 1백달러짜리 위폐를 환전하려다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또 지난달 이태원 등 서울시내 몇몇 환전소와 명동 암달러상에서도 1백달러 위폐가 잇따라 발견됐으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한 환전소 업주는 "지난 3년간 한건도 없던 위폐가 올들어 벌써 세건이나 나왔다" 고 말했다.

취재팀 확인 결과 개항 40여일이 지난 15일까지 인천공항의 입주 상점과 은행에서 발견된 위폐만 10건이다. 지난 2년간 김포공항에서 적발됐던 건수(1999년 2건, 지난해 3건)를 이미 크게 앞질렀다.

◇ 위조 중동화까지 등장〓지난해 경찰에 적발되거나 신고된 위폐는 1백23건. 모두가 미국 달러였다. 그러나 올들어 적발된 26건 중엔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가 포함됐다.

"국내에서 환전이 안돼 위폐로 분류되지 않는 이라크의 디나르화까지 등장했다" 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디나르화를 포함하면 적발 건수가 50건을 넘어선다.

경찰은 특히 내년 월드컵을 전후해 50여만명의 유럽 관광객 입국이 예상돼 위조 유로화도 유통될 것으로 본다.

경찰청 마약지능과장 김병철(金炳澈)총경은 "위조 기술이 정교해지고 유입 경로도 중국.유럽.동남아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 라며 "프랑스 위폐범죄수사대에서 유로화 등 위조 외화 감식기술을 이전받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 허술한 대비〓공항 내 은행.면세점에는 위폐 감식기를 갖춰놓고도 시간 지체를 이유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보안 당국조차 위폐 감별 전문요원이 없는 상태다.

공항 면세점의 한 직원은 "지난달 전문가들을 불러 감식기 사용법을 교육받긴 했지만 일일이 사용할 시간이 없어 그냥 넘어간다" 고 말했다.

인천공항 입국자 세관검사 때 손가방 검색을 하지 않는 것도 위폐 밀반입을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전진배.정효식.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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