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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의 새 아시아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48시간 동안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과 켈리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김대중 정부에 귀중한 선물을 주고 갔다. 비록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수주일 내에 확정될 것이라고 알려줬고 더욱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 미국은 한국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한편 한국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안보 전략의 핵심적인 기둥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를 이해한다고 강조했으며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당부하는 선에서 다소 껄끄러웠던 한.미 공조를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미티지와 켈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 한.미간의 전략적 대화는 그 시작에 불과하며, 미국이 한국정부의 포용정책을 지지하긴 했지만 한.미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다시 일치됐다고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왜냐하면 아미티지의 방한을 포용정책과 한반도라는 틀 속에서 관찰할 경우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대북포용 지지한 아미티지

아미티지는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MD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이해를 얻었고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목적은 일본의 더 적극적인 역내 안보 역할 강조, 인도와의 전략적인 제휴 관계 설정, 그리고 중국의 힘 투사 능력을 최대한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 강구라고 여겨진다. 간단히 말해서 부시 행정부의 더 중요한 관심대상은 한반도 외에,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가된다.

*** 일.인도 움직임에 주목해야

부시 행정부는 취임 전부터 클린턴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을 비판했고 그 기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역할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MD를 강조하는 이유는 소위 불량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부분적으로 예방ㆍ통제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미티지의 아시아 방문도 같은 맥락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 일본에 더 적극적인 역내 안보 역할을 요구하고 또한 인도와 사실상의 안보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그가 방문한 핵심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미국의 세계 및 아시아 전략 속에서 인도의 비중을 평가절하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냉전 당시 인도만큼 미국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과거 수십년 동안 인도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소련이 없어졌음은 물론이고 파키스탄을 꾸준히 보호하고 측면 지원해줬던 중국의 전반전인 국력이 더 없이 확장됐다.

결국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의 핵심적인 기둥은 동북아에서 일본, 남태평양에서 호주, 그리고 서남 아시아에서 인도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그림 속에서 한국은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까. 우연의 일치로만 돌릴 수 없는 점은 미국의 MD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바로 인도.호주, 그리고 일본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새로운 전략적 틀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서 한국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 문제가 아미티지가 던져주고 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주권국가로서 우리도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해야만 하나 인도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민족주의적 외교안보 전략을 강조해왔던 인도는 반미노선을 핵심적인 축으로 간주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배경에는 국익 신장이라는 철저한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인도의 대미외교와 우리의 대미외교를 비교하면서 전략적 교훈을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정민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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