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대비 독서스펙 쌓기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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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은 많지만 독서지식의 활용 기회가 부족하다고 진단받은 박승원양은 “올해 학교 독서토론반에 가입해 발표·표현력을 기르겠다”고 다짐했다. [황정옥 기자]

박승원(15·서울 서일중 2)양은 외국에서 귀국해 또래보다 1년 늦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 시험에 서술형·논술형 문제가 출제되고,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된다는 얘기를 들은 박양의 어머니 유성은(42)씨는 외국 생활로 승원이의 국어 능력에 문제가 있진 않을까 걱정이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맥락을 먼저 알고 세부내용 익혀야

독서 능력을 검사한 결과 승원이는 서술형·논술형 시험에 필요한 추론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세계사 관련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야기 속에서 근거를 찾아내는 능력이 또래보다 우수한 편이었다. 유씨는 “미국 학교에서 미국사를, 귀국해서는 한국단편문학을 어렵지 않게 읽고 보고서 작성·발표 성적도 좋았다”며 “독서로 세계사 배경지식을 쌓은 덕”이라고 말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오용순 선임연구원은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것이 독서 습관을 길러준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흥미롭고 체계적인 독서·공부법으로 “처음부터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맥락을 먼저 알고 세부 내용을 익히는 순서”를 제안했다. 서술·논술형 시험을 대비해 “배운 내용에서 새로운 사실을 도출하고 교과 학습을 심화시키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리 활동으로 독후활동에 자극을

승원이는 뛰어난 추론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실활용능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것으로 진단받았다. 유씨는 “질문을 받으면 핵심만 추려 글을 간결·명료하게 쓰고, 한 문장으로 요점만 답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며 “반면 감상문 등 독후활동을 기피한다”며 걱정을 꺼냈다. 이에 오 연구원은 “배운 내용을 판단·재생하는 기억력이 좋아 단순 반복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추론을 바탕으로 사실을 짚어나가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같은 내용을 그림·에세이·기사 등 다양한 형식과 관점으로 표현하거나 읽은 내용을 처음엔 1~2개, 이후 2~3개를 엮어서 새로운 내용으로 바꿔보는 활동”을 제안했다. 독후활동을 자극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법도 제시했다. 오 연구원은 “승원이는 독서 경험을 밖으로 표출하는 기회가 적었다”며 시사토론·독서토론 등 토론 관련 동아리 활동을 권유했다. 독서가 아닌 표현이 목적인 동아리여서 이야깃거리를 갖고 친구와 의견을 주고받기 때문에 추론·창의·분석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서포트폴리오 만들며 학습능력 키워

“읽기는 좋아하지만 쓰기를 싫어해 학교 시험에 취약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승원이에게 오 연구원은 좋아하는 독서를 이용해 입시를 준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중학교부터는 자기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며 “포트폴리오로 독서한 흔적을 남길 것”을 당부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열 번 읽으면 한 번 쓰기, 감명 받은 책 내용 내 맘대로 정리하기, 정리한 내용 2~3개월 뒤 수정하기, 어른이 되면 내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 목록 만들기 등의 독서방법을 조언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자기 글을 퇴고하는 방법은 자기 생각의 오류를 발견·교정하면서 표현의 재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과학자와 고고학자를 꿈꾸는 승원이에게 “그에 필요한 분석·추리·논리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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